입력 | 2021-12-04 09:58 수정 | 2021-12-04 09:58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대규모 병력 집결‥그래도 전쟁은 없다고?</strong>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국경지대에 러시아의 대규모 병력 10만명이 집결했습니다.
러시아 최정예 부대가 나서고 옛 소련 시절 이후 처음으로 수만명의 예비군까지 동원되며 전면전을 앞둔 듯한 모습입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각국 주재 외교관을 추방할 정도로 신경전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정작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할 의도는 없다며, 미국과 나토가 오히려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훈련을 벌이면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합니다.
러시아의 속내는 최근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서 드러난 것 같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나토가 법적으로 나토의 동진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거죠.
″나토가 더이상 동진하지 않고 러시아 접경 지역에 무기 배치를 하지 않도록 미국 등과 구체적 합의를 모색할 것″이라면서 서방에 이와 관련한 협상을 제의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즉 ′나토의 동진′으로 표현되는 서방세력의 확장에 따른 안보 위기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한 셈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약속을 어긴 건 러시아가 아닌 나토?</strong>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서독과 미국이 당시 중요한 약속을 합니다.
통일된 독일의 경계선 밖 동쪽 방향으로는 나토의 영향력을 확장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죠.
서독과 미국의 이런 약속은 동독에 주둔하던 소련군이 철수할 수 있는 명분이 됐고, 독일은 통일됐습니다.
이 때, 동독에서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본 젊은 소련 KGB 요원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바로 지금 러시아 대통령 푸틴입니다.
그런데 나토는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소련 붕괴 8년 뒤인 19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속속 나토에 가입합니다.
2004년에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 과거 소련의 편에서 바르샤바조약기구에 가입했던 나라들이 대거 나토로 넘어오게 됩니다.
당초 약속과는 달리 러시아 방향으로 ′나토의 동진′이 계속된 거죠.
이런 분위기 속에 2000년대 중반부터는 우크라이나까지 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나섰고, 러시아는 군사 행동에 나섭니다.
2008년 조지아를 침공했고, 이어 2014년 3월엔 우크라이나에 붙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습니다.
나토는 이런 군사 행동은 ′러시아가 먼저 약속을 깬 것′이라고 판단하고 2016년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에 나토군을 배치했고 이러면서 겨우 유지해왔던 서방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파탄이 나다시피 했습니다.
러시아의 기원은 키예프 공국인데, 키예프가 1240년 몽골제국의 침입으로 쑥대밭이 되자 주민들이 동북부로 이주해 건설한 곳이 모스크바이고, 이렇게 세운 모스크바 공국은 러시아 제국의 기초가 됐습니다.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해서 우크라이나의 남쪽 크림반도에는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가 있고,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 가스관은 우크라이나를 통과합니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유럽으로 향하기 위한 관문이고, 역사적, 문화적으로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지역이 서방 세력의 영향권으로 들어가려고 끊임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러시아는 이를 좌시할 수 없는 거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나토 가입은 러시아에 대한 도발″</strong>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2014년,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을 단행해 서방 세계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더욱 강하게 추진하게 됐고, 2019년 2월엔 ′나토 가입′을 헌법에 명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같은 해 5월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 정권이 추진한 친서방 정책 노선을 계승하겠다며 나토 가입을 밀어붙였고, 지난 9월엔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토 가입을 승인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습니다.
이후 국경에서의 러시아의 군사행동도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러시아의 최대 방어 수단은 넓은 영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의 광활한 국토는 역사적으로 모스크바를 지켜줬습니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정복, 히틀러의 침공이 모두 혹독한 날씨 속에 광활한 영토를 진군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옛 소련 시절 모스크바와 나토의 영향권 사이엔 1800㎞ 정도의 거리가 확보됐는데,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이 거리는 500㎞로 줄어들고,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과 국경을 맞대는 결코 참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민감함 사안이기 때문에 나토는 유사시 우크라이나에 개입할 수 있다고는 하면서도 다른 옛 동구권 국가들과는 달리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유보하고 있습니다.
나토에 가입시켜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의 보복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서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편입되는 상황이 된다면, 이는 러시아의 즉각적인 침공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