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06 15:39 수정 | 2022-04-06 19:24
다시 해외여행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2019년 기록적인 2천8백71만 명이 출국한 이후 멈췄던 해외여행이 올 여름휴가철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될 분위기인데요. 정부는 당장 5월부터 국제선 항공편을 대폭 확대해 연말까지 코로나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복원할 계획입니다. 2년여 만에 큰 장이 서는 분위기. 현지 한국인 여행 인프라가 아직 덜 회복됐지만 벌써 홈쇼핑 여행상품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글로벌 여행기업들의 호객행위도 시작됐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방콕 왕복 6만 3천 원, 리얼? 미안, 94만 원만 더 내주면 안 되겠니?></strong>
글로벌 호텔 예약 사이트인 아고다의 항공권 예약 앱. 아시아나 방콕 왕복 항공권이 6만 3천 원입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7만 9천 원, 싱가폴 항공은 9만 원, 베트남항공은 10만 원. 잘 찾으면 4만 원대도 보입니다. 국내선 편도 항공권 수준 가격으로 동남아 여행이라니. 저비용항공사도 아니고 기내식에 음료, 주류까지 무상 제공하는 각 국가의 대표 항공사입니다.
매진될까 싶어 서둘러 예약을 들어가서 이름을 넣는 순간, ″항공사에 의해 요금이 업데이트됐다″며 가격이 100만 원을 넘습니다. 싱가폴 항공, 말레이시아항공도 마찬가지.
미국에서 시작된 다국적 여행 검색회사인 카약에서도 아고다와 항공정보를 공유해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여행사들이 연합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셈인데요, 고객들이 분통을 터뜨리든 말든 관심을 모으고 사이트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는 확실해 보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5월부터 항공편 대폭 확대‥입국 PCR 검사 면제도 검토></strong>
코로나19 발생 이후 급감했던 한국 출발 국제선 항공편이 5월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납니다. 국토교통부는 6일 올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 규모를 코로나 유행 이전의 절반까지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주 420회인 국제선 정기편을 5월엔 주 520회, 6월엔 주 620회로 늘리고 국제선 운항이 중단된 지방 공항에도 관련 인력을 다시 배치해 국제선 운항을 재개합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무안 청주 제주공항에 국제선이 취항합니다.
국토부는 인천국제공항의 시간당 도착 항공편 수 제한도 2년 만에 10대에서 20대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항공기 운항을 두 배 더 늘릴 수 있다는 얘기죠. 특히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PCR 검사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용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모든 코로나 관련 정책의 최종 목표는 우리 국민들이 일상을 온전히 회복하는 것이니 항공 분야도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보였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홈쇼핑 완판 행진‥6백만 원 북유럽 패키지가 70분 만에 260억></strong>
항공사와 여행사는 국제선 증편 계획을 환영하고 있는데요. 홈쇼핑 여행상품은 항공 운항이 순조로운 곳 위주로 출시되고 있는데 나오는 대로 팔려 가고 있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3일 현대홈쇼핑에서 진행했던 북유럽 10일 패키지가 70분 만에 약 2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1인 기준 629만 원의 고가상품이었는데 롯데관광개발이 내놓은 홈쇼핑 해외여행 상품 중 2년여 만에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CJ온스타일이 지난달 27일 여행사 교원KRT와 함께 방영한 스페인 및 이탈리아 여행 패키지 방송에도 1시간 동안 150억 원의 주문이 몰렸다고 합니다.
국제선이 증편되면 홈쇼핑 여행 상품도 더 다양해지고 더 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입국자 자가격리가 면제된 이후 항공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여행사마다 개별 항공권 판매도 몇배씩 급증하고 있는데 항공권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모처럼 웃음 짓는 여행사‥가이드 부족 과당경쟁 우려도></strong>
여행사는 코로나 이후 최대 피해업종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영업제한을 한 곳은 아니어서 지원에서도 소외됐습니다. 직원들의 절반 이상이 회사를 떠났고 매출이 95%가 줄어 결국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현지 한국인 여행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이드 렌트카 식당 등도 한국인 방문객이 없으니 하나둘씩 문을 닫고 귀국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현지 한국인 관광 인프라가 붕괴되어 올여름 여행객이 급증하면 가이드 부족이 심각할 수 있습니다.
한 업종 전체가 매출이 거의 없다 다시 경쟁하는 경우는 흔치 않죠. 여행업이 아예 다시 시작하는 셈입니다. 올여름 패키지여행의 승자가 향후 여행업계를 주도할 가능성이 큰 만큼 무리한 마케팅이 기승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덤핑과 허위 매물, 미끼 상품에 바가지도 우려됩니다.
홈쇼핑과 기존 여행사. 후발 업체와 빅테크 기업, 숙박업체와 여행업체가 오랜만에 열린 큰 시장의 주인공이 되고자 더욱 강하게 연합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고다와 카약의 낚시질은 전쟁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