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18 15:18 수정 | 2022-04-18 15:24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17일) 기자회견을 갖고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저의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 행위도 없었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처음으로 정 후보자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오고 정 후보자 아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정호영, 거취 직접 결단하라″></strong>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은 오늘(18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자녀들의 의대 편입 특혜 논란 등이 빚어진 정 후보자에 대해 ″국민이 가진 보편적 상식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일들이 정 후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일어났다″며 ″거취를 직접 결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과 정 후보자의 설명으로 볼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는 달리 위법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 후보자는 이해충돌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적극적인 위법 행위는 하지 않았더라도 자녀의 편입 과정과 정 후보자의 걸어온 길을 보면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서 바라볼 때 쉽게 납득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품격과 도덕성이 필수인 고위공직자 후보자에게 이해충돌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만으로 공정을 바랐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정 후보자의 사퇴를 공개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김 최고위원은 1990년생으로 청년 몫 최고위원입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오늘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사안을 판단할 때는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며 ″억울하더라도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하 의원은 ″자식들 의대 편입에 정 후보자의 사회적 자산이 작용했을 수가 있고 그 부분은 국민들 눈높이에서 볼 때는 불공정한 것″이라며 ″제가 생각할 때 해법은 본인은 자진사퇴하고 대신에 철저하게 수사 요청을 해서 결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전략비전실장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SNS에 올린 글에서 정 후보자 본인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겠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해달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김 교수는 ″조국은 서류위조, 가짜표창장 등 명백한 실정법 위반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반면 정호영 후보는 아빠찬스 의혹으로 국민정서법이라는 ′관습법′ 위반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에 공정과 상식이라는 정치적 자산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정부가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이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조국이 내로남불에 대한 반성 없이 법무장관이라는 벼슬을 탐했지만, 정 후보자는 40년 지기 윤 당선인을 위해, 아빠찬스라는 국민정서법 의혹제기만으로도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벼슬을 탐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성공적인 새 정부의 출범을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 후보자 문제를 잘 수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억울하지만 ′살신성인′의 자세로 현명한 결정을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정호영 아들 편입 구술평가서 논문 공저 교수가 최고점″> </strong>
정 후보자가 자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나선 가운데, 경북대 의대 편입시험 구술평가에서 정 후보자 아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교수 역시 정 후보자와 논문을 같이 쓴 사이로 밝혀졌다고 동아일보가 오늘(18일)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경북대 의대의 한 교수는 2018학년도 편입시험 구술평가 위원으로 참여해 정 후보자 아들 정 모 씨에게 만점(20)에 가까운 19점을 줬습니다. 19점은 정 씨가 9명의 평가위원에게 받은 점수 중 최고점이며 해당 교수는 2017년까지 정 후보자와 세 편의 논문을 함께 쓴 사이라고 동아일보는 보도했습니다.
또 한겨레는 오늘(18일) ″정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쓴 공저자 교수 4명이 2017~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에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정 후보자의 딸·아들의 평가에 6차례 참여해 이 가운데 5차례 ′최고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정 후보자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해명에 나서고 윤석열 당선인 측은 아직까지 명확한 잘못은 나온 게 없다며 엄호했지만 언론들은 한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보수신문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먼저 동아일보는 ″검증동의서 제출 하루 만에 장관 지명‥대체 뭘 검증한 건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후보자들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인사 검증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정 후보자는 장관 후보 지명 이틀 전 밤에 인수위원회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하루 전 검증동의서를 제출했다고 한다″라며 ″단 하루 동안 검증을 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입시와 병역에서 ′아빠 찬스′를 썼다는 정 후보자 자녀에 대한 의혹은 사실이라면 중대 범죄여서 수사 대상에 해당한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생긴 이후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 윤 정부는 시대 변화에 맞게 검증 기준을 더 높이고, 철저한 시스템 검증을 통해 공직 후보자를 골라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정 후보자의 두 자녀가 동시에 아버지 근무 병원에서 편입 스펙을 쌓은 뒤 아버지 재직 의대에 편입한 것을 두고 이른바 ′아빠 찬스′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조국 비리를 수사한 사람이 윤 당선인이라는 점에서, 의혹의 당사자가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윤 당선인을 선택한 것은 문 정권이 짓밟은 공정과 상식을 회복시켜 줄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윤 당선인이 불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혹투성이의 40년 지기를 계속 감싸고 돈다면 이번엔 민심이 윤 당선인을 향해 회초리를 들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한덕수 ″검증 과정서 문제 알았지만 심하지 않다고 판단″> </strong>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검증 단계에서 다소 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았다″며 ″자녀들의 평판 조회 등을 봤을 때 심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후보자는 ″국민의 눈높이나 정서를 당연히 정치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언론의 검증이나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충분히 소명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판단을 하는 게 좋다″며 일부에서 거론하는 ′자진 사퇴′ 가능성은 일축했습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장 실장은 오늘 기자들과 만나 ″자꾸 (정 후보자 문제를 거론하며) 조국, 조국 그러는데 조국 문제와 비슷한 게 있으면 얘기해 보라. 조작을 했나, 위조를 했나″라고 말했습니다.
장 실장은 ″이제 앞으로 ′프레임′ 하지 말고 검증하시라″며 ″입시, 병역 문제에 있어서 팩트로 밝혀진 게 있으면 얘기해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