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곽승규

새 정권 실세 "Anything but 문재인은 아니다"

입력 | 2022-04-22 08:57   수정 | 2022-04-22 12:13
오늘(22일)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교환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먼저 친서를 보내고 김 위원장이 이에 답장을 보낸 방식이었습니다.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남북관계 개선에 힘쓰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잘 드러난 대목입니다.

이와 함께 주목해볼 발언이 있습니다.

새 정부의 실세이자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권영세 장관 후보자가 어제 한 말인데요.

권 후보자가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의 면담 뒤 카메라 앞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여러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권 후보자가 바로 답하는 방식이었는데 특히나 문재인 정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도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어제 나온 이야기들을 주제별로 최대한 전문에 가깝게 정리해봤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1. ″′Anything But 문재인′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b>

기자들은 우선 권 후보자에게 성김 대표와의 만남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폐기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한반도 프로세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상황에서 새 통일부 수장 후보인 그의 생각을 물은 겁니다.

이에 대한 권 후보자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나 그 전에 있었던 신뢰 한반도 신뢰 구축 방안이라든가요 그 전 정부에서 있었던 이런 부분들이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뭐가 담겨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 내용 중에 우리가 당연히 받아야 될 부분들은 계속해서 받아 나가고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은 놓고 간다, 두고 간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ABM - ′Anything But Moon(문재인)′ 이렇게 가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모든 정부들이 사실은, 정부를 맡고 대한민국을 잘 되게 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했지 무슨 잘못되려고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당연히 그 생각들 하시잖아요. 우리가 생각할 때 옳은 그게 해결책이 아니다 싶으면 그거는 두고 가야겠지만 뭐 그건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면 그런 거는 얼마든지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Anything but 문재인.′
어디서 들어본 말과 비슷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명박 정부 시절 많이 떠돌았던 ′Anything but 노무현′과 유사합니다.

′Anything but 노무현′은 참여정부 다음으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가 전임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정책을 모두 뒤집는다고 해서 나온 말이죠.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은 옳든 그르든 MB정부가 무조건 반대로만 하려한다는 의미에서 쓰인 말이었습니다.

이때의 상황을 잘 아는 권영세 후보자가 ′Anything but 노무현′과 같은 ′Anything but 문재인′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겁니다.
권 후보자는 버릴 건 버리되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실용적인 자세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2. ″인도주의적 지원 검토하겠다″</b>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그러니까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실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었습니다.

이에 대한 권 후보자의 답입니다.

″국제사회의 제재도 사실은 북한의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부분에까지 틀어막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북한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백신 문제라든지 코로나와 연관된 부분들, 또 곧 춘궁기도 다가오고 북한이 늘상 식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북한 주민들이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바로 하는 게 어렵더라도 국제 기구를 통해서라든지 이렇게 돕는 방법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권 후보자는 백신 문제나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해 더 알아보고 검토해봐야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두 분야에서의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같은 민족이고 이게 늘상 교과서적인처럼 나오는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무슨 주적이냐 아니냐 그런 논쟁도 있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 통일을 향해서 가는 데 있어서 함께 갈 상대방 아니겠어요.″

″같은 민족이고. 그리고 그 같은 민족이 동일성을 유지하고 생각에 있어서도 동일성을 유지해야 되지만 어떤 면에서 건강의 차이도 엄청나게 차이가 나서 한쪽은 평균 신장이 1m70cm가 넘고 한쪽은 평균 신장이 1m60cm 밖에 안 되고 이런 식의 차이를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반드시 해야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보 정부건 보수 정부건 다 차이가 없을 겁니다. 문제는 말씀드렸듯이 인도적인 지원 자체도 우리의 지원을 받기를 거부하는 상대방에 있는 것이죠.″

한마디로 북한이 거부만 하지 않는다면 인도적 지원의 문은 열려있다는 게 권 후보자의 설명이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3. ″우리 기업 재산권 침해 문제 짚고 넘어가야″</b>

권 후보자는 금강산 관광특구 내 우리 기업이 세운 시설을 최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지금 분명히 남북한 사이에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가 있는데 그런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 이건 국회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짚어야 합니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진전이 되고 개선이 될 경우에 북한이 우리 쪽에 투자하는 것보다 우리가 북한에 투자하는 일이 많게 될 텐데 그 투자에 대해서 안전이 확보가 되지 않는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짚고 또 그 외에도 투자 보장에 대해서는 다른 추가적인 담보 조치도 고려를 해야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또한 권영세 후보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도 현 상황에서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지금 국가 차원에서 여러 가지 도발도 계속하고 북핵 개발도 후퇴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북한 당국)의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선 제재에 해당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도주의적 지원이 아닌 북한 당국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식의 교류나 지원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에 위반이 될 수 있으니 어렵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계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두 부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권영세 후보자.

그의 말처럼 실용주의 노선을 앞세운 장관이 될 수 있을지, 우선 그 분수령이 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다음 달 4일 열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