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곽승규

북한 로열패밀리의 이미지 정치

입력 | 2022-06-19 07:50   수정 | 2022-06-19 07:52
<i><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코로나에 장티푸스까지‥엎친데 덮친격</strong></i>

지난 16일 북한이 관영매체인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황해남도 해주시와 강령군 일대에서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장내성 전염병이란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처럼 병원체가 1차적으로 장의 점막에 붙어서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병을 말합니다.
지난달 13일 코로나19 발생사실을 처음 인정했던 북한이 한 달 여 만에 이번엔 또 다른 전염병의 유행을 발표한 것입니다.
가뜩이나 방역과 의료상황이 열악한 북한에 서로 다른 종류의 전염병이 돌고 있는 것입니다.

<i><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1호 약품′으로 이미지 정치 </strong></i>
북한은 같은 날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의 사진을 대대적으로 실었습니다.
전염병이 발생한 황해남도 지역에 보내는 약품을 살펴보는 사진입니다.
노동신문은 이 약품들을 김 위원장 부부가 기부한 ′가정에서 마련한 약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른바 ′1호 약품′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지난달 북한 내 코로나 의심 발열환자 수가 정점에 달했을 때에 이어 ′1호 약품′의 두 번째 기증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사랑의 불사약을 받아안은 해주시 인민들은 고마움의 눈물로 두 볼을 적시며 ′김정은 동지 만세′를 목청껏 외쳤다″고 전했습니다.
감동을 받아 우는 듯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의 애민정신을 강조하는 선전의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i><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김여정도 나섰다</strong></i>
북한의 주요인사들도 잇따라 의약품 보내기에 나섰습니다.
릴레이 운동을 전개하듯 말입니다.
조용원, 리일환 당 비서와 김여정, 현송월 당 부부장이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이 주목됩니다.
김 부부장은 한 남성에게 의약품이 담긴 상자를 건네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자를 든 남성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의약품 전달을 담당하는 당 간부가 아닐까 추정됩니다.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이 남성이 김여정 부부장의 남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과 남성 간의 거리가 가깝고 문제의 남성이 똑바로 서 있는 점에 비추어볼 때 김여정의 남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김여정에게 약품을 받으러 온 하위 간부였다면,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적 체제에서 그가 북한의 사실상 제2인자인 김여정에게 허리를 숙이지 않고 똑바로 서서 약품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김 부부장은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남편의 신원이나 모습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진 한 장까지 북한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i><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막혔다</strong></i>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북한에선 지금 코로나19와 함께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유행중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김정은 일가의 모습을 부각하려 하고 있지만 이런 이미지 정치의 이면에는 전염병에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의 뜻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북한 주민을 북한 정권, 북한군과는 구별되는, 우리가 포용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북한 주민을 위해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달 16일 오전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권영세 장관 명의로 북측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을 수신인으로 하는 통지문 발송을 타진했습니다.

통지문에는 북한에 백신과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고 남측의 방역 경험 등 기술협력도 진행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통지문 수령 자체를 거부해 한 달 넘게 아무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i><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해답은 국제기구 통한 우회지원?</strong></i>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안토니우 구테호스 유엔(UN)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며 주시하고 있다. 북한에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아직 호응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통화에서 UN 차원에서도 (북한 코로나 상황을) 살펴보면서 우리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과의 대화가 막힌 상황에서 UN을 통한 간접소통, 우회지원의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UN 등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 지원 방안은 전문가들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계속 거론해온 내용입니다.

통일연구원의 최규빈 부연구위원은 최근 ′다자협력 방식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과의) 정부 대 정부 협력이 당장 어려운 만큼 국제기구의 대북지원 사업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 취약계층 위기 완화 노력에 대한 주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도 중요하지만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에도 적극 나서야한다는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