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승용

"해외논문 고교생 980명"‥그 많던 천재들 어디로?

입력 | 2022-04-19 10:33   수정 | 2022-04-19 14:01
조국 나경원 정호영 등 유력인사들이 자녀들의 논문 게재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인 찬스′ ′아빠 찬스′로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건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20년 간 우리나라 고교생이 해외에 논문을 낸 사례를 전수 조사한 연구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KAIST 경영공학 석사 강태영 씨와 시카고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강동현 씨가 공동연구한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고교생 천재의 나라′이면서 대학 진학 후 천재성이 싹 없어지는 아주 특이한 나라로 보입니다.

MBC는 두 연구자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20년간 고교생 해외 논문 980명‥컴공 의학 인기과에 집중</strong>

위 연구에 따르면 국내 213개 고등학교 소속으로 작성된 해외 논문(영어 논문)을 전수 조사했더니 2001년부터 2021년까지 고교생 저자 수는 98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의학이나 컴퓨터공학처럼 인기과이지만 통상적인 고교 과정과는 거리가 먼 분야의 논문이 다수이고, 특정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공신력이 낮은 학회지나 학술지에 반복해서 투고가 이뤄진 정황도 확인됐다고 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고교생 천재 대학진학 후 논문 중단 67%″</strong>

고교생 때 해외 학술지에 영어 논문을 쓸 정도의 실력이라면 당연히 대학진학 이후엔 더 왕성한 학술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강태영-강동현 두 연구자의 조사 결과 전체 고교생 논문 저자 중 67%가 고교 시절 작성한 논문 한 편 이후 추가 논문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입시준비에 정신없이 바빴을 고등학교 때 연구 학술 작업을 가장 왕성하게 했다는 건데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외대부고 201명 1위‥과학고 전체보다 2배 이상</strong>

해외 논문 저자가 가장 많이 배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학교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였는데 모두 201명으로 전체의 20%가 넘습니다. 영재고를 제외한 19개 과학고 전체의 해외 논문이 82명이었으니 2배가 넘습니다. 학생들 중 유난히 천재들이 많았거나 학교 차원에서 해외 논문 게재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대부분 컴퓨터 생물 화학 의학 논문‥외고생도 공학 논문</strong>

과학고나 영재고가 아닌 ′자율고 외국어고 일반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쓴 논문은 컴퓨터 공학으로 27.4%, 생물학과 화학이 그 뒤를 잇고, 의학 관련 논문도 13.6%로 4위였습니다. 사회과학인 심리학이나 지리학도 있었지만 극히 드물었습니다. ′자율고 외국어고 일반고′에서 실제로 배우기 어려운 컴퓨터 의학 분야 논문이 많은 건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입시광풍 중국 고교생 논문도 다수</strong>

입시 경쟁하면 중국도 만만치 않죠. 조사 과정에서 중국 고등학생들의 해외 논문도 꽤 많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 고등학생이 참여한 학회에 중국 고등학생의 논문 발표문이 함께 보였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고교생 해외 논문이 입시 광풍 국가의 보편적 문제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국내 고교생 논문 1,218명‥학종 도입 후 급증</strong>

그럼 국내에 발표된 고교생 논문은 몇 건이나 될까요? 얼마 전 MBC에서 조사 보도한 적이 있었는데요. 교육부의 미성년자 논문 실태 조사가 부실조사 논란이 계속되자 MBC 탐사기획팀이 국내 학술정보포탈에 수록된 250만 편 전체를 조사해 본 겁니다. 2019년 두 달 간 실시한 조사인데 고교생 논문 저자가 1,21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외에서 고교생 논문 활동이 왕성하게 전개된 셈인데요.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이 사실상 시작된 2007년부터 논문 게재 건수가 급증하다 2014년부터 논문 실적의 학생부 기재가 금지되자 딱 멈춘 정황이 나타났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부정논문 서울대 입학 9명‥징계는 전무</strong>

고고생의 부정논문 사용이 드러났을 때 대학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국회 교육위 서동용 의원이 4월 1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고교생이 연구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으로 2011학년도 이후 국립대에 입학한 학생은 모두 24명입니다. 그 중 서울대가 9명으로 가장 많고 전북대가 5명이었습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입학했는데요.

특히 서울대는 6명이 부정논문을 입시 당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단 한 명도 입학취소 조치 같은 징계를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학생들은 멀쩡히 서울대를 졸업하거나 여전히 다니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돈 받고 내 주는 학술지 논문 조사 중″</strong>

강태영-강동현 공동연구자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자녀의 입시 성공을 위해 학계에 속한 사람들이 학계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아이러니는 씁쓸하다.″면서 ″논문을 작성했던 학생들은 정작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고 물었습니다. 두 연구자는 ″′정시 100% 부활′ 같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경제적인 지위로 학벌까지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연구자는 ′논문심사 없이 돈만 내면 출간을 허용하는′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을 별도로 조사중인데 그런 곳에 게재한 논문이라면 입시 스펙용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