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윤상문
부하 군인의 성추행 피해 신고를 접수받아 절차대로 상부에 보고했다가, 도리어 ′상관 모욕′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공군 장교가 4년 만에 최종 무죄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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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386750_28993.html
공군 채 모 소령은 지난 2019년, 직속상관인 이 모 중령의 성추행 혐의를 신고받았습니다.
이 중령이 여성 장교 후보생의 가슴에 명찰을 직접 달아줬는데, 후보생이 ″두 손이 가슴을 누르는 느낌이었다″며 ″높은 분이라 거부할 수 없었지만 성적으로 수치스러웠다″고 신고한 겁니다.
신고를 접수받은 채 소령은 절차에 따라 상부에 보고했는데요.
하지만 그 뒤 재판을 받은 건, 가해자로 지목된 이 중령이 아니라, 피해 신고를 보고한 채 소령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성추행을 허위로 신고하도록 사주했다는 ′무고 교사′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종결됐는데요.
이후 다른 혐의로 수사가 확대되면서 결국 공군 검찰이 채 소령을 ′상관 모욕′ 등의 혐의로 기소한 겁니다.
공군 검찰의 근거는 이렇습니다.
채 소령이 부하들 앞에서 성추행 혐의를 받은 이 중령을 언급하며 ″대령 진급이 취소되고 싶나″라고 말했다거나, 이 중령에게 자신이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 들이받아버리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러한 채 소령의 언행이 상관인 이 중령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채 소령은 이러한 말들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해왔는데요.
1심 공군 보통군사법원은 혐의를 일부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관련자들의 주요 진술이 과장됐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 7일 대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했습니다.
무려 4년 만에 억울함을 풀게 된 채 소령.
하지만 그 사이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기소됐다는 이유로 중령 진급이 취소됐고, 지난해 1월엔 강제 휴직까지 당해야 했습니다.
공군과 각종 재판을 벌이느라 소송 비용에만 2억 원 가까이 썼고 건강도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무죄 판결 직후 복직은 했지만 여전히 진급은 취소된 상태입니다.
결코 기뻐할 수만은 없는 셈이죠.
이처럼 ′상관모욕죄′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많은 군인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지난 2020년, 국방부 산하 기구인 ′청렴옴부즈만′은 채 소령 사건을 직권으로 조사하면서 ″내부 신고자에 대해 상관 모욕 등으로 보복하는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습니다.
채 소령 수사 역시 보복성이 있었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거죠.
하지만 공군 측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채 소령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해왔다는 입장인데요.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도 채 소령 사건에 대해 한 의원이 문제제기했지만, 당시 공군참모차장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그래서 무죄가 확정된 지금, 공군 측에 채 소령에게 보복수사를 벌인 건 아닌지 다시 물어봤는데요.
이번에도 공군은 ″법과 규정을 준수하여 수사와 재판 절차를 진행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군형법에만 있는 상관 모욕죄.
일반 형법상 모욕죄는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나지만, 상관 모욕죄는 벌금형은 아예 없고 금고나 징역형부터 시작합니다.
군인은 금고나 징역형을 받으면 집행유예가 나오더라도 현행법상 군복을 벗어야 하고요.
채 소령처럼 무죄가 나오더라도, 기소가 됐다는 이유로 진급 취소와 강제 휴직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한번 걸려들면 벗어나기 힘든 올가미인 셈입니다.
하지만 제도 개선 움직임은 거의 없는데요.
처벌 종류에 벌금형을 추가하도록 개정하는 법안이 지난해 국회에 발의됐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계류중입니다.
상관 모욕죄가 없더라도 항명죄나 명령 위반죄처럼 군 기강을 보호하기 위한 처벌 조항은 이미 다양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내부 신고자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상관 모욕죄.
이제는 존폐 여부를 검토할 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