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조재영
헤어진 연인에게 집요하게 전화를 했더라도 상대방이 이를 받지 않았다면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남성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전 연인에게 반복해서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스토킹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는데, 주로 ′발신 표시 제한′ 기능을 이용해 전화를 걸었고, 하루에 4시간 동안 10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걸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이 남성에게 지난 4월,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와 휴대전화 연락 금지 등 잠정조치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에도 이 남성은 자신의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피해자의 직장 주차장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전화를 계속 걸었는데도 상대방이 받지 않아 벨 소리만 울렸고 ′부재중 전화′로 표시됐다면, 이를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벨 소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으로 볼 수 없고, ′부재중 전화′ 표시도 휴대전화 자체 기능 표시에 불과해 피해자에게 도달한 ′부호′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남성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직장에 찾아가 스토킹을 한 혐의와, 과거에 피해자를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기소 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공소 기각 판단을 내렸습니다.
현재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법무부와 정치권은 지난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스토킹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