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22 15:30 수정 | 2022-04-22 15:36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상하이 유학생 부모의 호소…″미음으로 끼니 해결″</strong>
얼마 전, 중국 상하이에 유학생을 둔 부모님으로부터 온 제보입니다. ″봉쇄된 기숙사에는 취사 도구가 제대로 없어 정부가 주는 무나 배추 같은 구호품은 소용이 없습니다. 아이가 쌀을 간신히 얻어 미음을 끓이고 간장을 넣어서 먹고 있습니다. 여자 학생들의 경우는 생리대 같은 여성용품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유학생 지원에 발벗고 나선 교민사회…곧 난관 봉착</strong>
상하이 유학생들이 어려운 사정이 전해지자 상하이 교민 사회가 발벗고 나섰습니다. 기부금을 모아 유학생들을 지원하기로 한 겁니다. 지난 12일 한 민간 봉사 단체가 시작한 모금은 이틀 만에 한화 5천만 원 가량이 모였습니다. 한국 식품 기업들도 유학생들을 위해 우유와 빵, 라면 등을 기부했습니다. 큰 호응에 예상보다 많은 기부금품이 모이자 상하이총영사관과 상하이 주재 중소기업들의 연합체인 한국상회도 지원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상하이 민관합동대응팀′이란 이름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민관합동대응팀이 만들어진 뒤 유학생 지원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봉쇄된 상하이에서 배송을 하려면 차량 통행증이 필요해 배송비는 부르는 게 값인 상황입니다. 다행히 십여대의 차량 통행증을 갖고 있는 한인 업체가 있어 이곳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민관합동대응팀에서 배송비가 비싸다며 구호품 배송을 사실상 막은 겁니다. 그러면서 한인상회와 코트라가 각각 7인승 승합차 2대를 이용해 배송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기부금 모금을 위해 만들어진 SNS 대화방에서는 때아닌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처음 모금운동을 주도했던 교민들은 유학생들이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는 상황인 만큼 배송비 부담을 하더라도 신속한 지원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원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입장이 먼저이지, 배송비를 따지는 건 전형적인 관료적 행정이라는 겁니다. 한인 업체가 제안한 배송비도 상하이의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는게 이분들 입장입니다. 하지만 민관합동대응팀을 주도하고 있는 한인상회는 교민들이 어렵게 모은 성금을 배송비로 쓸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배송업체를 이용한 지원과 승합차를 이용한 지원이 함께 진행됐고, 모금 시작 열흘이 지난 어제서야 고립된 유학생들에 대한 1차 지원이 마무리됐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상하이에는 없는 상하이 영사관? ″우리도 격리 중이라 도움 못드려″</strong>
그런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학생 지원을 위해 교민 사회가 이렇게 논쟁을 벌일 때, 정작 주도적으로 이 업무를 해야 할 상하이 총영사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영사관의 주요 업무는 재외국민 보호입니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에 따르면 영사관은 재외국민이 거주, 체류, 방문하는 국가에서 재외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 또는 재산상의 중대한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하이 봉쇄는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로부터 보름 뒤 교민 사회가 유학생 지원을 위해 나서기 전까지 상하이 영사관이 무엇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어려운 유학생들의 상황을 알리고, 모금을 결정하고, 기부 물품을 받고, 물품을 전달한 것도 다 교민 사회가 주도했습니다. 한 교민은 영사관이 한 일이라고는 회의실을 기부물품 보관을 위한 창고로 빌려준 거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한 교민은 밤늦게라도 배송을 하기 위해 물품을 영사관 창고에서 꺼내겠다고 민관합동대응팀에 연락했더니 다음날 아침 9시에 오라고 해 너무 황당했었다는 경험담도 전했습니다. 영사관 직원들이 퇴근한 시간에는 물품을 꺼낼 수도 없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마음을 졸인 건 교민 사회였습니다. 중국의 메신저 앱인 위챗에서 상하이 교민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는 ″유학생 한 명이라도 사고나면 누가 책임질건지″ 묻는 호소가 줄을 이었습니다.
어제(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 상하이 교민의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상하이 영사관을 고발합니다″가 제목입니다. 이 교민은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자연 치유돼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는데도 중국 당국에 의해 격리시설로 보내졌습니다. 확진단계부터 격리될 때까지 여러차례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우리도 격리 중이라 도움을 드릴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합니다. 이 교민은 ″많은 사람들이 봉쇄를 예상한 상황에서 한 나라를 대표하는 영사관은 교민들을 위해 무엇을 대비하고 준비하고 계획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상하이 민간합동대응팀은 그제(20일) 봉쇄중인 유학생과 교민들에 대한 지원활동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민관합동대응팀의 활동을 통해 유학생 물품 지원 신청자 481명 중 222명이 지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본 일부 교민들이 문제를 제기해 또 논란이 일었습니다. 해당 실적의 상당수는 영사관이나 민관합동대응팀이 아니라 별도의 교민단체들이 한 것인데, ′실적 가로채기′를 했다는 겁니다.결국 민관합동대응팀은 사과의 글과 함께 해당 실적을 수정한 보도자료를 다시 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교민들이 어떻게 상하이 영사관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상하이에 상하이 영사관은 없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