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정연

[World Now] "탕탕탕탕탕"‥자동소총으로 공개처형한 탈레반

입력 | 2022-09-15 15:58   수정 | 2022-09-15 15:58
손이 뒤로 묶인 남성들이 산비탈에 줄지어 앉아있습니다.

탈레반 대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사정없이 자동소총을 쏴댑니다.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붙잡힌 저항군을 자동소총으로 처형했다는 영상이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며 전쟁 범죄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요란하게 총을 쏜 뒤 남성들은 아랍어로 ′신은 가장 위대하다′는 뜻의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탈레반 통치에 반기를 들고 싸우는 아프간 민족저항전선 ′NRF′는 탈레반이 저지른 소행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시브가툴라 아흐마디 NRF 대변인은 현지시간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은 8명의 자랑스러운 NRF 대원을 생포한 뒤 사살하는 전쟁 범죄를 다시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NRF는 작년 9월 판지시르의 주도가 탈레반에 장악된 후 산과 계곡 등으로 숨어 들어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NRF는 저항군 3명이 탈레반에 붙잡힌 뒤 두 손이 묶인 채 참수당했다며 탈레반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NRF의 이번 주장은 탈레반이 최근 판지시르 전투에서 NRF 대원 40여 명을 사살하고 100여 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한 이후 나왔습니다.

이에 빌랄 카리미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AFP통신에 ″이들 영상이 언제 어디에서 찍혔는지, 또 영상 속 인물들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프간 인권 상황 관련 유엔 특별 조사위원인 리처드 베넷은 트위터를 통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그는 처형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함께 범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 NRF의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NRF는 탈레반에 여전히 `눈엣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던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 전 정부 제1부통령 출신 암룰라 살레 등 반탈레반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NRF에 포진하고 있어 무게감이 남다른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NRF가 가진 저항 정신의 뿌리는 과거 탈레반 1차 집권기와 1980년대 소련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아흐마드 샤 마수드는 입구가 깊고 좁은 협곡으로 된 판지시르의 지형을 이용해 소련과 탈레반에 맞섰습니다.

아프간전의 발단이 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엔 미국 중앙정보국 요원들이 판지시르로 들어와 반탈레반 세력 연합인 북부동맹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