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04 11:07 수정 | 2022-10-04 11:21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부자 감세 유턴한 영국 총리‥집권 한 달 만에 위기</strong>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집권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야심 차게 꺼내 든 정책을 뒤집으며 체면을 구겼습니다.
′트러스노믹스′라고 불린 반세기만의 최대 규모 감세안을 내놨지만, 영국발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고 정권 위기로까지 번지자 발표 열흘 만에 전격 철회했습니다.
트러스 총리는 어제 오전만 해도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발표한 감세안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확언했지만 갑자기 말을 바꿨습니다.
영국 방송 BBC는 ″감세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트러스 총리의 발언 하루 만에 나온 결정″이라며 ″거대하고 굴욕적인 유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몇몇 장관들은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이 성명을 발표하기 직전이나 이후에 관련 내용을 알았을 만큼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뀐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집권당 내부에서 정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감세 정책, 특히 소득세 최고세율 45%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한 여파가 컸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 연례 총회가 버밍엄에서 개막한 지난 2일 밤늦게 행사장 인근 호텔에서 콰텡 장관과 만나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보수당 내부에서도 비판‥″무능하다는 것 보여줘″</strong>
BBC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은 보수당 내부에서 트러스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들조차 그가 옳은 결정을 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소득세 최고세율 45% 폐지에 반대했던 한 보수당 의원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트러스 총리의 권위기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당대표 후보시절부터 트러스 총리를 지지해온 한 의원은 ″나였다면 정책을 철회했을까 싶지만, 어쨌든 총리가 결정을 내렸으니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수당 소속의 한 전직 장관은 ″이 일은 만회할 수 없다.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을 뿐″이라며 ″노동당이 웃고 있는 게 당연하다″고 자조했습니다.
보수당에 밀려 12년 동안 집권하지 못한 제1야당인 노동당은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이 불러온 일대 혼란을 재집권 기회로 삼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가 감세 정책을 발표하고 난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당 지지율이 보수당 지지율을 최고 33% 포인트 차이로 앞섰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재무장관 ″사퇴 고려하지 않아″‥트러스 총리도 신임 확인</strong>
정계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던 트러스 총리와 콰텡 장관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미묘하게 틀어진 듯한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트러스 총리는 인터뷰에서 소득세 최고세율 45% 폐지는 콰텡 장관의 아이디어였다고 선을 긋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총리실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트러스 총리는 ″재정과 관련된 일은 재무장관의 책임이라는 뜻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콰텡 장관은 해당 정책을 철회한 게 트러스 총리의 결정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두 사람의 결정이라고 정정했습니다.
이를 두고 BBC는 트러스 총리와 콰텡 장관이 ″지난 며칠 동안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콰텡 장관은 사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트러스 총리도 콰텡 장관을 신임하고 있다고 총리실 대변인이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