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12 18:05 수정 | 2022-10-12 18:06
″원숭이들의 주요 서식지가 나무에서 땅으로 바뀌고 있다″ 과학자 1백여 명이 아메리카 대륙 48곳과 마다가스카르 20곳 등 모두 68개 지역에서 원숭이 32종과 여우원숭이 15종을 15만 시간 이상 관찰한 뒤 내린 결론입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연맹 소속 티머시 에플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나무 위에서 서식하던 원숭이 등 영장류가 생존을 위해 이전보다 더 자주 땅으로 내려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관찰 결과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고 나뭇가지 등으로 우거진 면적이 적은 숲에서 체온조절을 위해 지상으로 내려오는 원숭이가 더 많이 목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과일을 적게 섭취하고 큰 무리를 이뤄 집단생활을 하는 영장류일수록 땅으로 더 자주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이전에는 중요하지 않던 성질이 변화된 생활 양식에 적응하려고 발현하는 일종의 ′전적응′(preadaptation)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로 이 같은 전적응은 원숭이들이 기후변화가 만든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할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구온난화와 산림 황폐화로 숲 면적이 감소한 상황에서 지상에서 과일 외에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고 무리 생활을 통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원숭이 서식지 보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아만다 코르스텐스 영국 본머스 대학 행동생태학과 교수는 원숭이의 이런 행동이 ″인간에 의해 강요된 선택”이라고 지적했고, 애플리 박사도 ″원숭이가 땅에서 살면 나무의 씨앗을 널리 퍼트리는 역할을 하지 못해 심각한 생태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논문 공동 저자인 주세페 도나티 옥스퍼드브룩스대 교수는 ″현재의 삼림 벌채와 기후변화 속도는 대부분의 영장류 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