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조희형

[World Now] 중국 공산당 당 대회에서 사라진 5가지‥시작된 '습(習)의 세계'

입력 | 2022-10-24 17:51   수정 | 2022-10-24 17:51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지난 22일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중국은 5년 마다 당대회를 열어 차기 5년을 끌어갈 지도부를 선출합니다.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9천 6백만 명의 공산당원이 당대회를 앞두고 2천229명의 대표(대의원)를 뽑았습니다. 이들이 모인 당 대회에선 205명의 중앙위원회를 선출했습니다. 중앙위원회는 바로 다음날 전체 회의를 열어 중국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7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이를 포함한 24명의 정치국원을 선출했습니다. 이 회의가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 1중전회입니다. 이번 당대회에선 기존 당대회와 다른 점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특히 그의 3연임 과정에서 사라진 것들을 조명해볼까 합니다.</blockquote>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사라진 집단지도 체제</strong>

중국 마오쩌둥 1인 시대에 벌어졌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수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죽었습니다. 1인 지배의 폐단을 막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덩샤오핑 이후 등장한 집단 지도 체제입니다. 계파 안배, 7상8하(67세면 유임하고, 68세엔 은퇴해야 한다는 연령 제한), 격대지정(권력 투쟁을 막기 위해 차차기 지도자를 뽑는 관행) 등이 모두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한 방법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모두 사라졌습니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4명이 퇴출됐습니다. 유임된 세 명은 시 주석, 시 주석의 측근 2명입니다. 최고지도부가 대폭 물갈이를 예고한 건데 그 자리를 채운 사람들은 모두 시 주석을 보좌하거나 시 주석이 지방정부에서 일할 때부터 알게 된 측근들입니다. 이른바 시진핑의 군대 ′시자쥔(習家軍)′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동안 유지해왔던 집단지도체제가 사라지면서 내부 비판과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시진핑 1인 집권 체제가 완성된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사라진 후진타오</strong>

당대회 이후 결정된 상무위원 중엔 후진타오 전 주석을 수장으로 하는 공산주의 청년단, 즉 공청단 계열은 하나도 없습니다. 공청단 계열로 분류됐던 리커창 총리, 왕양 정협 부주석은 67세라 7상8하 원칙에 따르면 유임도 가능했는데 퇴출됐습니다. 후 전 주석이 시 주석 이후 차기 지도자로 꼽은 후춘화 부총리는 24명의 중앙정치국 위원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부총리직은 중앙정치국 위원이 전제 조건이라서 후 부총리는 부총리직마저 상실했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당대회 폐막식 도중 후진타오 전 주석이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대회장을 빠져나간 장면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퇴장 시간은 11시 15분으로 외신들이 참석해 있던 상태로, 업무보고와 당의 헌법인 당장 개정안 등이 (만장일치) 표결로 처리되기 직전이었습니다. 후 전 주석은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중간에 시 주석에게 말을 하고, 자신의 계파인 리커창 총리의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후 주석의 불편해 보이는 행동에 옆에 있던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따라나서려 하자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가 옷을 잡아당겨 앉히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이를 두고 ′시 주석의 전횡에 불만을 표시′한 거란 해석과 함께 ′시 주석에 의해 끌려 나간 거다′ 등 해석이 분분합니다. BBC는 ″후 전 주석이 개막식에서도 수행원의 부축을 받을 정도로 건강이 쇠약해보였다″면서도 ″폐막식엔 퇴장하길 꺼려하는 듯 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후 전 주석에 대해 ″시 주석과는 달리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했고, 당시 중국은 외부에 더 개방된 사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트위터에 건강상의 이유로 행사장 옆 방으로 데리고가 쉬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지도자들의 건강은 극비에 부쳐지기 때문에 중국 국내에선 관련 영상을 볼 수 없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사라진 여성 </strong>

′여성이 하늘의 절반이다.′ 70년 전 마오쩌둥이 남긴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당대회 결과, 상무위원을 포함한 중앙정치국 24명 중엔 여성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전 19기 중앙정치국원 25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72세 쑨춘란 부총리는 빠졌습니다. 중앙정치국이 남성으로만 구성된 것은 1997년 15차 당대회 이후 25년 만에 처음입니다.

중앙위원 205명 중에는 여성이 단 11명뿐입니다. 이를 두고 중국에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더욱 위축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인민일보는 당대회 개막식을 앞둔 지난달 26일 당대회에 참여할 2천296명의 대표의 이름을 한 면에 모두 나열하며 ″대표 구성 비율이 당 중앙의 요구에 부합할 뿐 아니라 광범위한 대표성을 갖는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2천여명 중에서도 여성은 619명에 그쳤습니다. 세계의 절반이 여성이라고 했던 중국은 어디로 간 걸까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사라진 GDP</strong>

당 대회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이 멈췄습니다. 뉴스와 SNS에서 각종 사건 사고 기사는 사라졌습니다. 중국의 3분기 GDP 발표도 이유 없이 연기됐습니다. 중국의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둔 상황에서 좋지 않은 경제 지표들이 발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당초 지난 17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GDP는 당대회가 끝난 오늘(24일)에서야 발표가 됐습니다.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었던 경제 지표들도 일제히 발표됐습니다. 중국의 3분기 GDP는 3.9%. 블룸버그가 예상한 3.3%, 로이터가 예상한 3.4%를 넘긴 수치입니다. 중국의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3.0%로 집계됐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사라진 생중계</strong>

지난 22일 중국을 이끌어 갈 최고 지도부의 윤곽이 드러나는 당대회 폐막식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외신에는 폐막식 생중계가 방송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폐막식이 중계되지 않았습니다. 본토에서 방송된 CCTV 뉴스에선 패널과 대담하는 장면만 방송됐습니다. 개막식은 시 주석의 1시간 40분짜리 연설 등 모두 담겼던 터라 폐막식은 왜 중계되지 않았을까 의아했던 대목입니다. 이 대담 영상조차 CCTV 공식 홈페이지에선 찾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은 당-국가 체제이기 때문에 당대회를 통해 당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면 자연스레 행정부의 요직을 맡게 됩니다. 행정부 구성은 중국의 정기 국회라고 볼 수 있는 내년 양회에서 결정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