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정인

[World Now] 빅 브라더의 세계 '1984'가 베스트셀러..지금 러시아는

입력 | 2022-12-15 12:26   수정 | 2022-12-1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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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style=″font-family:none;″>* ′전쟁을 멈추시오′ 그렸다가 벌금 폭탄 맞은 예술가</b>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115km 떨어진 마을 보롭스크.

84살의 예술가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가 벽에 폭탄을 그리고 있습니다. 러시아 당국이 덧칠해 없애버린 벽화 위에 다시 그리고 있는 겁니다.

그의 벽화는 유명한데,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의 정치 억압 상황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그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파란색과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 위에 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멈추시오′ 라고 적었습니다.

벽화는 재빨리 사라졌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그가 ′러시아군에 대한 명예 훼손′ 혐의로 3만 5천 루블, 우리 돈으로 70만원 가량의 벌금을 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 빅 브라더의 세상 ′1984′..러시아 올해 베스트셀러 등극</b>

국민들의 생각을 감시해 사상죄로 처벌하고, ′빅 브라더′라는 권력자에게 통치되는 국가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폭압적인 전체주의 사회를 그린 이 소설이 올해 러시아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습니다.

1949년에 나온 작품인데, 70여년이 지난 현재 러시아에서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가 된 겁니다.

현지시간 14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1984′는 러시아 온라인 서점 ′리트레스′가 집계한 자사 다운로드 횟수에서 소설 부문 1위, 전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 작품이 러시아에서 집권 20년 동안 정치적 반대와 비판적 매체를 통제해온 블라디미르 부틴 대통령의 통치를 연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선전과 검열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등의 경우, 벌금 혹은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한다는 새로운 법안까지 만들었습니다.

야권 정치인인 일랴 야신은 러시아 병사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거론했다가 8년 6개월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룰 때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말을 쓰는데, ′전쟁′이라고 적시하는 것 조차 형사처벌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모스크바타임스 역시 지난 5월, ′디스토피아 소설 1984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1949년에 전체주의 감시 하에 있는 세계를 묘사하기 위해 저술된 이 책과 모스크바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전쟁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이 처벌받는 현대 러시아 사이에 유사점을 끌어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1984′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지난 5월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모스크바타임스의 질의에, 오히려 이 소설은 ″서방 자유주의 체제의 종말″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