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홍의표

격리해제 이틀 뒤 훈련하다 숨진 아들‥"군이 병사 보호하지 않아"

입력 | 2023-01-17 14:43   수정 | 2023-01-17 16:17
지난 12일, 혹한기 훈련에 앞서 ′추위 적응′ 훈련 도중 숨진 채 발견된 고 최민서 일병이 어제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그가 자대 배치된 지 나흘 만에 코로나19에 확진됐고, 격리가 풀리고 이틀 뒤 훈련에 참가했던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교육훈련 과정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순직′으로 결정됐고, 계급도 이병에서 일병으로 추서됐다고 군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제 스물두 살, 작곡의 꿈을 키워가던 든든한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에게는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앞서 군은 ′최 일병의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족들이 추측성 보도 자제를 원했다′고 기자들에게 알렸고, 기자도 유족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관련 보도를 자제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유족 측의 설명, 특히 고인의 아버지가 알리고 싶었던 내용을 가급적 원문 그대로 아래에 싣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최 일병이 숨진 사실을 부대 측이 처음 확인하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들으신 바 있을까요?</strong>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우리 민서를 최초로 발견한 시간이 12일 한 오전 6시 40분 정도예요. 집에 최초로 연락 온 게 오전 8시 10분 정도 되거든요. 보수적으로 잡아도 한 1시간 20분에서 30분 정도의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발견돼서 보고하고 심폐소생술했다′, 이 정도만 알고 있어요. 시간별로 해서 어떻게 조치가 이루어졌는지는 부대에서 설명을 듣지를 못했어요.″ </strong>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최 일병이 전입한 지 2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격리해제 이틀 만에 내한 훈련을 하게 됐습니다. 부대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strong>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부대가 코로나 확진 후 재배치된 이등병 최민서한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봅니다. (격리해제하고 나서) 몸 상태가 안 좋을 수 있으니 훈련을 빠질 수 있냐, 이렇게 물었더니 아들이 자기는 이등병이라서 그런 말을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몸 상태를 좀 면밀하게 이제 상담을 해서 확인을 했다든지, 며칠 간이라도 기다려서 대처하는 정도였다면 이런 불상사가 없지 않았을까요? 모든 신병들이 그렇겠지만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입장이 아니었다, 그건 부대에서 상급자분들이, 아니면 간부분들이 무조건 살폈어야 될 부분이었다고 보는 거죠.″</strong>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일부 보도에서는 부대에서 최 일병에게 훈련에 참가할 수 있는지 확인했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도 전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아시고 계셨을까요?</strong>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그 대답을 저는 그 보도를 보고 알았어요. 그런 일이 있었던 줄 전혀 몰랐어요. 민서하고 면담을 했다든지 이런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든지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 말이 없었어요. 그 전에 보도가 나기 전에도 군에서는 저한테 그렇게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strong>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유족이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strong>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추측성 보도, 고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보도가 나올 수 있으므로 막으면 어떻겠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길래 ′그런 건 안 되죠′라고 제가 부대에 말한 건 있어요. 그리고 제가 덧붙인 게 뭐냐하면, ′정확하게 사실에 근거해서 하는 보도는 그냥 보도하게 놔둬라′, 그렇게 한 거죠. 저희가 이걸 알렸으면 알렸지, 우리 아들이 군대에서 훈련하다가 죽었어요. 군이 병사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소홀해서 우리 아들이 이렇게 됐다는 그런 입장인데‥″</strong>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육군은 오늘 ″정확한 사망 경위와 병력 관리 등 전반에 대해서 조사 중이고, 일부 언론을 통해서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 그 결과에 따라서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보도 자제 요청′과 관련해서는 ″사고 당일 유족 측이 사망 원인을 추정하는 무분별한 결과가 부검 결과 전에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했기에, 이를 언론 보도 자제로 이해하고 협조를 드린 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족의 뜻을 확인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 세심하게 소통해나가겠다″고 육군은 덧붙였습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군인의 유족들과 취재 과정에서 만나고, 또 연락할 때마다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알게 해줬으면 좋겠다.″ 군이 스스로 밝혔듯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진실이 규명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