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육군사관학교 내 독립군 흉상 철거 문제를 놓고 야권이 일제히 비판에 나선 가운데 보수진영에서도 강한 파열음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종찬 광복회장은 27일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이냐″며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퇴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회장은 ″독립영웅의 흉상을 없애고 그 자리를 백선엽 장군의 흉상으로 대체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흉상을 옮길 곳이 없어서 독립기념관의 수장고 귀퉁이에 넣을 거면 차라리 파손하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저버린 광복회장이야말로 판단하실 능력이 없다면 즉각 사퇴하라″고 역공했습니다.
신 의원은 ″소련 군인으로서 소련 군복을 착용한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는 게 말이 되냐″며 ″공산주의자라도 항일운동만 했다면 무조건 순국선열로 모시고 육사에 흉상까지 설치해야 하냐″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나온 주장을 종합하면 보수진영 내에서도 신 의원의 입장이 소수에 속하는 양상입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같은 이른바 ′비윤′ 그룹은 물론, 여권 지도부 등 ′친윤′ 그룹 일부 인사들에서도 이번 흉상 철거 추진은 과유불급이라는 반응이 나온 겁니다.
[김병민/국민의힘 최고위원(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이회영 선생이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했던 대한민국 독립의 역사 과정에 빼놓을 수 없는 정말 중요한 인물 아닙니까. 그분의 손자인 이종찬 회장이 또 윤석열 정부와 함께 손을 잡고 광복회장으로 계시는데요. 그런 분들의 목소리가 많이 뼈아프지요.″
[김근식/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1945년 일본이 패망하기 전까지 2차대전 기간에 미국과 소련은 같은 편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홍범도 장군은 그전에 43년인가 돌아가신 거죠. 그러니까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한 일도 없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된 가운데,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에서 대승한 독립전쟁 영웅이고, 여러 논란도 있는 분″이라며 ″국방부에서 국민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철거는 지나치다″는 당내 일부의 지적을 곧바로 수용하지 않고, 기존 방침을 유지하면서 여론의 추이를 좀 더 보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