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동건

"할머니 물 찼어 업히셔!"‥막상 업었더니 뭉클해진 경찰관

입력 | 2023-07-21 12:13   수정 | 2023-07-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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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자정이 넘은 시각,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저지대 마을.

집중호우로 인근 하천이 불어나면서 순식간에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습니다.

인근 파출소 경찰관들이 총출동했습니다.

[경찰관]
″회관으로 대피하시라고요! 저쪽에는 할머니 나가셨나?″

이장의 안내를 받아 주민들을 찾아다니는 경찰관.

[경찰관]
″어디 여기 뒤쪽에? 노인분들 혼자 사시는 데예요? 할머니!″

마침 불이 꺼진 집에서 혼자 자고 있던 할머니를 발견했습니다.

[경찰관]
″할머니! 할머니! 밖으로 나가세요. 경찰관이에요, 경찰관. 지금 물이 차서 밖으로 나가셔야 돼!″

앞서 대피 방송도 했지만, 듣지 못했던 듯 당황하는 할머니.

[경찰관]
″<물?> ″물이 지금 넘쳐와서 피하셔야 된다고. <정말로?> 예, 어서. <아휴 어떡해…>″

경찰관은 얼른 나오라며 재촉하고.

[경찰관]
″옷만 입고 나오시면 돼요, 그냥. 이리 오셔. 신발만 신고 나오셔, 신발만. <신발만?> 어 이리 나오셔.″

연신 얼른 업히라고 하는데, 할머니는 왜인지 계속 망설이기만 합니다.

[경찰관]
″얼른 오셔, 조심하시고. 업혀. 자, 업어. 업어, 할머니!″

경찰관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겁니다.

[경찰관]
″빨리! 업어 업어. 못 가 여기. <미안해서…> 못 가 못 간다고…″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업히고도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하는 할머니.

물이 차오른 마당을 나서면서 경찰관은 괜찮다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경찰관]
″막 허벅지까지 (물이) 차서 못 가, 못 가. <미안해…> 못 가서 그래. 할머니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정작 경찰관은 업히기 미안하다는 할머니가 너무 가볍기만 해서 괜스레 마음이 먹먹해졌다고 합니다.

[고재중 경감/이천경찰서 장호원파출소 팀장]
″저희 어머니 업고 나오는 거나 똑같죠, 뭐. 저도 시골에 어머니 혼자 계시거든요. 할머니가 허리를 수술을 하셨대요.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겠어요.″

이 마을에선 혼자 사는 노인 5명을 포함해 주민 30여 명이 모두 무사히 대피했고, 계속된 폭우에도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화면 제공 : 경기남부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