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등으로 교권 보호에 대한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한 유치원 학부모가 임신 중인 교사에게 막말을 퍼부은 음성이 공개됐습니다.
경기일보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공립유치원에서 일하던 교사 A씨는 어느 날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학부모는 다짜고짜 자신의 아이를 다른 반으로 가라고 했냐며 따져 묻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유치원 교사]
″(우리 아이) 다른 반으로 가라고 하셨어요?″
<아니요 어머니!?>
″아니라고요?″
<네!>
″아이가 집에 와서 정말 자지러지게 우는데도 아니에요?″
<아니에요 어머니 안 그랬어요.>
A씨가 계속 아니라고 하는데도 이 학부모는 추궁을 멈추지 않더니 갑자기 CCTV를 돌려보겠다고 합니다.
[학부모-유치원 교사]
″CCTV 확인해봐야 알겠네. 누구 말이 옳은 거예요? 우리 아이 완전 거짓말쟁이 되는 거예요?″
<아니에요, 어머니 안 그랬다고요.>
″CCTV 한 번 돌려봐도 되겠어요?″
<네, 어머니 돌려보세요.>
A씨가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학부모는 녹음기 얘기까지 꺼냅니다.
[학부모-유치원 교사]
″내 아이가 우선이지 사실은 내가 선생님 인권 보호해주거나 선생님 교사권 보호해주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우리 아이가 당한 게 많은데.″
<아니 그런 적이 없어요, 어머니. 아이한테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녹음기 붙여야 된다니까 누구 말이 사실인지 녹음기 붙여야 돼.″
잠시 후 다시 걸려온 전화.
학부모는 아이와 대화하고 왔다며, A씨가 명문대학을 나온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고 있다고 퍼부었습니다.
[학부모]
″(아이한테) 거짓말이냐 아니냐라고 이야기 하니까 그랬다고 하잖아요. 어디까지 발뺌을 하시고 어디까지 끌어내리시고 남의 명예까지 실추시키면서 뭐 하시는 거예요, 배운 사람한테? 당신 어디까지 배웠어요 지금? (내가) 카이스트 경영대학 나와가지고 MBA까지 그렇게 우리가 그렇게 했는데 카이스트 나온 학부모들이 문제아냐고. 계속 이딴 식으로 해도 되는 거예요 정말?″
그의 폭언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체험학습 상담을 하던 도중에는 A씨의 말투를 문제 삼으며 윽박지르기도 했습니다.
[학부모 A씨-유치원 교사]
″문제가 있으면 유치원으로 와서 상담을 해라라고 얘기하는 게 선생님 굉장히 뻔뻔하신 거예요. 그건 좀 아셨으면 좋겠어서.″
<음…>
″음이 아니라! 음이 아니에요 선생님!″
<어머니 저 지금 어머님이랑 언쟁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화 끊겠습니다.>
″그렇게 얘기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 학부모는 유치원생들의 발표회 날에는 아이 모습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요청한 뒤, A씨가 개인 문자가 아닌 e알리미 앱을 통해 보내주자 A씨의 임신 사실을 언급하며 융통성이 없다고 타박하기도 했습니다.
[학부모-유치원 교사]
″익스큐즈로 한 번 개인 사진 하나 보내주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해본 건데 그 정도 융통성은 있는 것 같아서, 그냥 개인 휴대폰으로 전송해주셔도 되는데 뭐 이런 거를 공론화해서 자꾸 그러지?″
<아니 어머님한테만 보내드린 거예요.>
″선생님 지금 임신 몇 개월이시죠? 우리 아이도 그 어떤 아이보다도 소중하고 좋은 존재이기 때문에 선생님 임신을 하셨더라도 좀 이렇게 융통성 있는 상황에서 얘기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녹취를 제보한 A씨는 ″당시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는데 아이와 가족이 없었으면 위험한 생각을 했을 것 같다″며 ″고소를 하고싶어도 유치원 입장 때문에 고소를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실질적인 규정이나 제도가 없어 이런 상황에 처해도 도움을 받기 어렵다″며 ″개인번호를 비공개하라는 공문이 내려오기도 했지만, 유치원에서 혼자만 번호 공개를 안 하면 타깃이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교육부는 이달 중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고시할 계획이지만 일단 초-중등 교사 대상이고, 특수교사나 유치원 교사들은 아직 논의에서 빠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