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8-18 15:02 수정 | 2023-08-18 15:14
지난 시즌 주전 하주석은 출전 정지, FA로 영입한 오선진은 부상. 올해 한화의 유격수는 고민이 많은 포지션이었습니다. 2023시즌 후반으로 향하는 지금, 유격수는 그동안 백업이던 이도윤이 차지했습니다. 그저 빈자리를 운 좋게 차지한 건 아닙니다. 수비는 워낙 좋았는데 타격에도 눈을 떴습니다. 이번 달 타율 0.383, 출루율 0.410 모두 팀 내 1위입니다. (8월 17일 기준)
2015년에 입단해 1군 데뷔까지 3년. 8년간 1군에서 친 안타가 34개뿐이었던 긴 무명의 시간을 이겨내고 이제는 실력으로, 당당히 주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다음은 한화 이도윤과 일문일답</strong>
Q. 타격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뭐가 달라졌을까요?
작년에는 조금 못 치면 바로 대타로 바뀌는 상황이 많았는데 올해는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이번 타석에 못 치더라도 다음에 잘해보자, 이런 생각으로 하니까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Q. ′백업′ 이도윤보다 ′주전′ 이도윤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듣죠?
그런 말 들으면 저도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주전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3년은 잘해야 한다는데, 저는 아직 반년밖에 잘하지 못했어요. 주전은 이른 감이 있습니다.
Q. 2014년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4번으로 지명을 받았습니다.
지명은 되겠지만 6라운드 받으면 잘 받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빨리 지명돼서 놀랐습니다.
Q. 구단도 기대했다는 의미인데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죠?
야구를 쉽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TV로 봤을 때 ′저 정도는 나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훈련을 하니까 ′이렇게 하면서 내가 야구 선수라고 하고 다녔나 싶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무너졌었죠. 생각하면서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운동량을 따라가기에 바빠서 시간이 그냥 흘렀어요.
Q. 야구를 관둬야겠다는 고민도 했을 거 같아요.
이 정도 했는데도 안 되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럴 때 최재훈 선배의 말에 힘을 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프로 들어와서 활약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냐, 정말 좋은 걸 가지고 있는데 진짜 아쉽다′고 하시면서 ′한 번은 기회가 무조건 온다, 그때 못 잡으면 진짜 끝이라는 생각으로 해라′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 주셨어요. 7월에 태어난 아들 옷도 사주고 장난감, 유모차까지 주셨어요.
Q. 아들이 태어나면서 마음가짐도 달라졌을 거 같아요.
진짜 책임감도 생기고 힘들 때마다 이제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죠. 집에 처자식 있다, 이러면서. 경기 전에 영상통화 하면 ′아빠 야구하는 거 보고 있어′라고 하는데 아들이 지켜보고 있다라는 생각으로 이제 멋있게 하자,고 생각합니다.
Q. 자녀가 태어나면 기량이 좋아진다는 ′분유 버프′네요.
저희 팀 동료들도 다 그 얘기 하더라고요. 진짜 ′분유 버프′가 있는 건가, 나도 아기를 낳아야 하나 막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요. 근데 저는 아내 혼자서 아이를 돌보고 고생하는 게 미안해서, 고생하는 만큼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입단 9년 차인데 한 달 전에야 응원가가 나왔어요. 기분이 어때요?
너무 좋았어요. 맨날 기본 음악만 나오다가‥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초구를 좋아하는데 첫 응원가인데 한 번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 한번 들어보자 해서 듣고 있다가 볼넷으로 출루하기도 했어요. 운이 좋았죠.
Q. 올 시즌 활약을 보면 연봉도 더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요.
작년에도 경기 수는 많이 나왔지만, 활약이 너무 없어서 동결됐었거든요. 올해는 진짜 조금이라도 올려서 아내를 더 편하게 해줘야죠. (올해 프로야구 최저 연봉은 3천만 원. 이도윤은 이보다 약간 높은 3천4백만 원을 받고 있다.)
Q. 이번 시즌은 본인에게 어떤 시즌이 되면 좋을까요?
반짝하는 것보다 주기적으로 잘하고, 구단의 메인 선수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걸 각인시킬 수 있는 시즌이 되면 좋겠습니다. 신인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꼭 있어야 하는 선수, 그리고 항상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선수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