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01 07:45 수정 | 2023-04-01 07:59
<i>총기 소유를 허가받은 일반인이라도 집 밖에서는 권총을 소지할 수 없다. 공공장소에서 자기방어를 위해 권총을 휴대해야 할 경우, 적정한 이유를 소명하고 사전면허를 받아야 한다.</i>
100년 전 제정된 뉴욕주 법입니다.
뉴욕주는 이 법이 제정된 1913년 이후 ′사전면허 없는 총기 휴대′를 중범죄로 다뤄왔습니다.
그런데 작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뉴욕주의 총기 휴대 금지법을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텍사스주에서 18살 청년이 교정에 침입해 초등학생과 교사들을 향해 자동소총을 난사해 21명을 살해한 사건은, 대법원의 위헌 결정이 나오기 불과 한 달 전 발생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19세 미만 미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총기사고입니다.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습니다.
<i>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의 롭 초등학교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과 인형이 놓여있다.</i>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중국이 꼽은 미국 인권침해 1순위‥총기규제 완화</strong>
지난달 28일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022년 미국 인권침해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매년 이맘때쯤, 중국 국무원은 전년도 한해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들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올해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총기 휴대 완화′ 결정을 인권침해 첫 번째 사례로 꼽았습니다.
잇따라 발생하는 총기 사고로 인해 형성된 ′총기 규제 강화′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무시한 채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 허용을 대폭 완화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이 사건이 미국 총기 규제 분야의 상징적인 회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총기 이익 집단의 강력한 정치 로비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전 세계의 5% 미만이지만 민간 총기의 4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총기 사고도 많이 발생합니다.
작년 총기로 인해 4만 3,341명이 사망했고, 3만 7,763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텍사스주 총기 난사′와 같은 대규모 사건도 636건이나 발생했습니다.
미국의 총기 살인 사건 발생률은 캐나다보다 8배, 프랑스보다 13배, 호주보다 23배 높습니다.
보고서는 한 호주 언론을 인용해 ″미국은 극단적인 폭력으로 정의되는 국가″라며 ″총기 폭력은 ′미국의 질병′이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i>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발표한 <2022년 미국 인권침해 보고서>.</i>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불평등의 심화‥잇따른 아시아인 대상 ′증오범죄′</strong>
보고서는 미국의 인종차별과 불평등 심화 문제도 다룹니다.
작년 8월 CNN이 실시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3천여 명에 대한 인터뷰 설문 결과를 인용했는데, 이 조사에서 ′인종차별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직면한 주요 문제′라고 답한 응답자가 82%로 집계됐습니다. 또 79%는 인종차별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아시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작년 2월 뉴욕 맨해튼에서 28살 남성이 3시간 동안 아시아계 여성 7명을 잇따라 폭행한 사건, 11월 한 남성이 아시아계 노인을 100회 이상 폭행하고 침을 뱉은 사건 등 연이어 발생한 범죄들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57%는 인종적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불안감을 느낀다″는 한 의학저널의 설문조사 결과도 소개했습니다.
보고서는 총기와 인종차별 이외에도 자본에 휘둘리는 미국 선거 문제, 코로나 후 더 커진 빈부 격차, 마약과 약물 남용, 여성 권리 침해 등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를 열거했습니다.
<i>2022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식당에서 백인 남성이 식사를 하고 있는 한국인 2명을 향해 인종 차별적인 폭언을 한 사건.</i>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연이은 미국 비판‥′의도보다 내용 집중해야′ 의견도</strong>
이번 주 중국은 <2022년 미국의 인권침해 보고서> 외에도 <미국이 국내외에서 임의 구금을 시행한 사실과 진상>, <미국이 난민과 이민자 인권을 침해한 사실과 진상> 등 미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29일 미국이 주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이에 대응으로도 보입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 그동안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해 연대를 구축하려 한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해왔기 때문입니다.
중국 외교부 또한 ″미국이 공공연히 이념으로 선을 긋고 분열을 조장한다″며 ″′가짜 민주주의′와 ′진짜 패권′의 본질을 드러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미중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 되고 있고 상황에서 나온 보고서이기 때문에 ′그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미국 인권침해 보고서>를 발표하며 총기와 인종차별 등의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또 그 내용도 중국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전 세계 언론과 연구소 등이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작성된 만큼, 의도와 별개로 내용에 집중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