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조희원

'유럽 간첩단' 누명에 7년 옥살이한 80대‥54년 만에 9억 형사보상금

입력 | 2024-10-14 10:55   수정 | 2024-10-14 10:58
54년 전 이른바 ′유럽 간첩단′으로 몰려, 7년간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재심으로 무죄 선고를 받은 데 이어 보상금도 받게 됐습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국가가 김신근 씨에게 9억 120여만 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형사보상은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에게 국가가 구금이나 재판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제도입니다.

고려대 대학원생이었던 김 씨는 1966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유학하던 중,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 서신을 전달하고 사회주의 관련 서적을 읽은 혐의로 기소돼, 1970년 징역 7년·자격정지 7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른바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함께 연루된 박노수 교수와 김규남 의원은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1972년 7월 집행됐습니다.

30여 년 뒤인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이 조작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박 교수와 김 의원의 유족은 지난 2015년 재심을 청구해 누명을 벗었습니다.

법원은 두 사람이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체포돼 조사받으면서 고문과 협박으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김신근 씨도 지난 2022년 재심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김 씨를 불법으로 구금·연행한 중앙정보부가 폭행과 물고문, 전기고문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또, 증거 대부분이 적법하지 않으며, 남은 증거만으로는 김 씨가 국가의 존립·안전 등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 7월 무죄를 확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