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승혜

"췌장암 수술 내년 5월"‥"간담췌외과도 소멸하고 있어요"

입력 | 2024-10-19 09:47   수정 | 2024-10-19 10:05
지금 췌장암 판정을 받은 환자는 언제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

‘침묵의 살인자’ ‘죽음의 병’으로 불리는 췌장암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발견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고, 5년 생존율은 가장 낮은 그야말로 고약한 암이어서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는 수술..그것도 한두 달 안에는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췌장암 수술마저 하루가 다르게 대기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내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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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사직한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 1100명 줄어들었습니다. 매년 2만 건이 넘는 수술을 하던 아산병원을 비롯해 서울대, 세브란스 등 이른바 ‘BIG 5’ 병원의 수술 감소 폭이 특히 컸습니다.

교수들은 병원에 남아있지만, 수술을 도와주고 수술 후 환자들을 돌봐주던 전공의들이 사라지면서 예전처럼 수술방을 많이 열 수 없게 된 겁니다.

의정 갈등 이전에도 외과를 선택하는 전공의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그려졌듯이 외과 전공의는 갈수록 귀하고, 간담췌 외과 이익준 교수(조정석 배우)가 연기한 것보다 간담췌 외과의 현실은 훨씬 팍팍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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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간 췌장암과 씨름해온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한마디로 ‘간담췌외과가 소멸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외과 안에서도 수술 시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높은데다 개업도 어려운 간담췌외과를 선택하는 의사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개업이 가능하고 환자도 많고, 비보험 치료도 있는 유방외과나 갑상선외과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전공의 시절에..이런 말 하면 ‘꼰대’같이 들릴까요..그 때는 그래도 힘들지만 사람 살리는 바이탈,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간담췌를 해야지 생각했었어요.

외과 정말 힘들죠, 수술 시간이 12시간 넘어갈 때도 자주 있고..수술이 너무 길어서 ‘외과 의사는 무쇠 같은 다리와 작은 위를 가져야 된다’고 말해요.
밥도 못 먹고 장시간 수술하고, 수술하고 나면 환자 경과 지켜보느라 집에도 못 가곤 했죠.

그래도 직업 중에 누군가의 인생에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이왕 평생 할 일이라면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간담췌 외과를 선택했고
장기이식 10년, 췌장암에 20년을 쏟아부었습니다.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은 돈 잘 번다는 몇몇 진료과에 견줄 수 없다고 자부해왔는데...

의정 갈등으로 얼마 없던 전공의들이 사직한 이후 병원 상황은 많이 안 좋습니다.
수술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졌어요. 제가 하는 수술도 반토막 났어요.
지금은 임상연구 대상자가 아니면 내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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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철 교수는 대학 시절 한라산 등반길에서 후배를 잃은 후 방황하다 태백 탄광촌으로 공중보건의를 자원해갔습니다. 보건지소에서는 그가 유일한 의사, 탄광에서 사고를 당해 실려온 광부를 보다가 갑자기 산모가 찾아오면 아이를 받기도 하고, 팔이 부러진 환자가 오면 깁스도 해야 하고..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환자를 다 봤습니다.

서울대병원으로 복귀한 뒤 인턴 경험도 그의 진로에 영향을 줬습니다. 보라매병원으로 파견나간 그는 행려병동을 주로 맡았는데 추운 겨울날 밖에서 졸다가 자신도 모르게 불을 피운 드럼통 안으로 몸을 숙여 중화상을 입고 온 환자를 비롯해 많은 외상 환자들을 치료하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외과 전공을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어요, 저와 잘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환자들을 치료하다보니 ‘외과 의사는 내과 약을 처방할 수 있지만 내과 의사가 수술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외과를 선택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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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간암도 아니고 완치가 가장 어려운 췌장암을 선택했을까? 그에게 물었습니다.

“원래는 장기이식, 그 중에서도 췌장 이식을 주로 했어요. 지켜보니 췌장암이 예후도 좋지 않고 5년 생존율도 가장 낮고.
그래서 제가 파봐야겠다고 결심했죠. 췌장암에 내 인생을 한번 걸어보자, 그러면 의사를 그만 둘 때쯤에는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의 진심이 조금이라도 통했던 걸까? 한 자리 숫자에 그쳤던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매년 늘어 15.9%, 개선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암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습니다.

김송철 교수는 췌장암이 ‘소외된 의료’라고 말합니다. 간암에 비해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치료도 어려운 난치병이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췌장암, 폐암, 간암은 정부가 법으로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임상연구든 기초연구든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난치질환, 필수의료에 대해서 공적 지원을 얼마나 투입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필수의료 살리겠다는 거 아닙니까?

췌장암이라는 판정을 받으면 환자나 보호자나 굉장히 절망합니다. 모두가 힘든 질환입니다. 그래서 작년 전부터는 서로 위로하고 췌장암 극복을 위하여 노력하자는 취지로 ‘희망나눔 걷기’ 행사도 하고 있어요. 함께 걸어가자는 의미입니다.”
그에게 전공의들이 없어 의료공백 상황인 올해도 걷기 행사를 여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물었습니다.

“환자들에 대한 치료는 계속되어야 하고, 전공의들에게는 우리가 계속 있는 자리에 남아 지키고 있을 테니 이 사태가 해결되면 꼭 돌아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의료대란이 계속된다면, 빠른 수술이 생존율을 좌우하는 췌장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습니다. 어서 해결돼야 합니다. 다시 함께 전공의들과 수술방에 들어가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전공의들이 없어서 올해는 많이..아쉽습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