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디지털뉴스제작팀

"믿었던 동지들이‥성폭력에, 2차 가해" 눈물 쏟으며 "탈당" [현장영상]

입력 | 2025-09-04 10:00   수정 | 2025-09-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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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2025년 9월 4일 / 국회 소통관
강미정, 당내 성비위 고발·탈당 기자회견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강미정/조국혁신당 대변인]
″광장에서 함께 마음을 모았던 민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조국혁신당 대변인 강미정입니다.

오늘은 검찰개혁 공청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자리에 서는 대신, 참담한 현실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곳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송구합니다.

당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은 지난 달 당을 떠났습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당의 쇄신을 외쳤던 세종시당 위원장은 지난 9월 1일 제명되었습니다. 함께 했던 운영위원 3명도 징계를 받았습니다.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이름의 징계를 받고 며칠 전 사직서를 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지금 이 순간, 사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비위 문제를 여성위 안건으로 올렸던 의원실 비서관은 당직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소 취하를 종용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침묵을 끊고 오늘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저는 검찰개혁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바랐습니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며, 저 하나 정의롭게 쓰이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마음으로 조국혁신당에 입당했습니다.

지난 1년 6개월, 여의도에서 보낸 시간은 제 인생 가장 뜨겁고 치열한 시간이었습니다.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슬로건을 목이 터져라 외쳤고, 검찰독재의 조기 종식을 위해 온 마음과 영혼을 불태웠습니다. 제가 곧 조국혁신당인 것처럼, 그 안에서 살고 울고 달렸습니다.

저는 여전히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검찰개혁이라는 분명한 목표. 정권교체, 윤석열 탄핵과 구속, 내란 종식이라는 격랑 속에서도, 그 목표가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제가 마주한 것은, 동지라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그리고 괴롭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거나 모른 척하던 시선들이었습니다.

처음엔 저 혼자 감내하면 될 일이라 여겼습니다. 언젠가는 가해자들이 부끄러움을 알 것이라 믿었습니다. 함께 엄혹한 시기를 견딘 동지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보다 어린, 사회 초년생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도와달라고, 손을 잡아달라고.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던 성추행과 직장 내 괴롭힘 앞에서, 그들의 삶이 스러져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것이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선배로서 제가 져야 할 책임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습니다. 윤리위와 인사위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부 조사기구 설치 요구는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해가 쏟아졌습니다.

″너 하나 때문에 열 명이 힘들다.″
″우리가 네 눈치를 왜 봐야 하느냐.″

여의도에 막 발을 들인 청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말들이었습니다. 게다가 당무위원과 고위 당직자들 일부는 SNS에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것들″, ″배은망덕한 것들″이라 조롱했습니다. 문제제기는 ′옳은 척 포장된 싸움′으로 매도되었습니다.

사건이 접수된 지 다섯 달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당의 피해자 지원 대책은 그 어떤 것도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이뤄졌어야 할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 외면당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당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더는 기다릴 수 없음을, 그리고 떠날 수밖에 없음을 확신하게 된 이유입니다.

결과는 불공정했습니다. 피해자를 지키려 했던 이는 재심청구 3주 만에 기각, 제명이 확정되었습니다. 반면 재심을 청구한 가해자는 60일을 꽉 채운 끝에 겨우 제명이 확정되었습니다.

정의는 왜 이렇게 더디고, 불의는 왜 이렇게 신속합니까.

우리는 기다렸습니다. 8.15 사면을 기다렸고, 사면 이후 당이 제자리를 찾고 바로잡힐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깨달았습니다. 더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오늘, 조국혁신당을 떠납니다. 광야에서 춥고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될지라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광야는 언젠가 광장이 될 것이고, 그곳에서 각자의 짐을 짊어진 동지들과 다시 만나 연대할 날이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국회 소통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 자리에 선 저도 기득권입니다. 억울하다는 말조차 못 하고,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눈물 삼키며 먼저 당을 떠나야 했던 이들은 가지지 못했던 기회를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대변인으로서 소통관에 서는 특권을 통해 그들의 몫까지 말하고자 합니다. 돕지 못해 미안했다고 말했던 이들, 불의와 손잡지 않겠다며 작은 투쟁의 의미로 재계약을 거부하고 떠난 이들, 끝내 응어리진 가슴으로 사라져야 했던 가장 뜨거웠던 파란 불꽃들에게.

당신들의 눈물과 분노, 헌신과 상처를 잊지 않겠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멋지게 해결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공감과 연대의 대가로 상처받고 모욕당한 많은 당원 동지들께도 위로와 감사를 전합니다. 우리가 함께 겪은 아픔이 헛되지 않기를, 오늘의 눈물이 내일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믿습니다.

대변인으로,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또 지역위원장으로 당원 동지들과 함께 흘린 눈물과 기다림을 꽃으로 피워내지 못해 아프지만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후회 없습니다.

입당하며 다짐했던 약속이 있습니다. ′주변의 작은 목소리를 잘 듣고, 그 소리를 증폭시키겠다′인데요.

오늘 이 목소리가 또 다른 침묵을 깨우는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조국혁신당은 떠나지만, 우리 사회를 혁신하는 길은 결코 버리지 않겠습니다. 불의에는 침묵하지 않고, 작은 목소리는 끝까지 증폭시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