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김상훈

[단독] 서울시 "종묘 공문, 영어라 의미 파악 못 해"‥모스탄에는 영어로 보내더니

입력 | 2025-11-13 17:29   수정 | 2025-11-14 10:44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재개발 사업지에 최고 높이 142미터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유네스코는 서울시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외교 문서를 통해 종묘 주변에 고층 건물 등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는 계획에 우려하면서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청했고, 그 내용이 국가유산청에 접수됐습니다.

그리고 4월 7일 국가유산청은 이 요청이 담긴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검토보고서 원문과 함께 권고사항을 조치하라는 공문을 서울시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나흘 뒤 서울시는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이유는 황당했습니다. ″종묘 관련 검토보고서가 영어원문으로 작성돼 전문분야인 문화재 관련 사항에 대한 정확한 의미 파악을 할 수 없어서‥″라는 겁니다.

MBC가 서울시가 보낸 공문 원문을 확보했습니다.
서울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같은 내용의 공문에는 이런 내용이 모두 가려져 있습니다.
서울시는 그러면서 국문으로 번역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난 7월, 미국 극우 인사 중 한 명인 모스 탄 교수는 서울시 인권포럼 강연자로 초청되기도 했었습니다.

서울시가 결국 섭외를 취소하긴 했지만, 당시 20분 남짓 강연에 강연료는 물론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 5성급 호텔 숙박 등 2천만 원에 달하는 지원을 약속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관련 내용을 서울시 공무원이 영어로 직접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종묘 관련 조치 요구 사안에 대해서는 영어 의미를 모르겠다고 일 처리를 미룬 겁니다.

그 뒤로도 서울시의 무책임한 대응은 계속됐습니다.

5월 28일, 유산청은 원본 문서의 주요 내용을 한글로 짚어 주는 내용을 담아 다시 공문을 보냈지만, 서울시는 회신하지 않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다려도 답이 오지 않자 유산청은 넉 달 뒤인 9월 23일, 다시 검토보고서의 권고사항을 포함해 보내면서, ″권고사항 이행의 적극적인 협조와 방안 마련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서울시에 거듭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0월 30일, 서울시는 세운4구역에 들어설 건물의 최고 높이를 기존 종로 변 55미터, 청계천 변 71.9미터에서 각각 71.9미터, 141.9미터까지 변경하도록 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 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하며, 기존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보도가 나오자, 유산청은 이례적으로 ″오늘(13일)을 기준으로 서울시로부터 영향평가와 관련한 회신을 받은 적이 없다″는 설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극우인사 모스탄에게 영어 메일까지 보내던 서울시가 종묘 관련 이코모스 검토의견서에 갑자기 ′선택적 영어 문맹′이 됐다″며 ″무능을 넘어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시민을 기만하는 행태로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판단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며, ″문화재는 전문 분야니 국가유산청에 정확한 해석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운 4지역은 19년간 13번의 문화재 심의를 받아왔고, 종로 일대의 슬럼화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유산청과 주민 등 관계주체들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료 제공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