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김건휘

[단독] 이상민 "尹, '22시 KBS 생방송' 강조하며 계엄 선포 강행하려 해"

입력 | 2025-01-30 13:20   수정 | 2025-01-30 13:30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22시에 KBS 생방송으로 발표한다. 이미 다 불러놨다″며 계엄 선포를 강행하려 했다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진술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경찰 조사에서 당일 오후 8시40분쯤 대통령실에 도착하니 대통령 집무실에 윤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 김용현·박성재·조태열·김영호 장관 등이 있었고, 일부 장관이 반대 의사를 밝히자 ″오후 10시에 KBS 생방송이 잡혀 있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 장관은 계엄에 대한 대통령 생각이 뚜렷해 국무위원들이 더 많이 모여서 말하면 재고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후 9시 10분에서 15분쯤부터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고도 했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자신이 계엄 선포 시각으로 정해놓은 오후 10시가 되자 장관들이 모여 있는 대접견실에 나와 ″국무위원 다 왔느냐″고 물었다고도 이 전 장관은 진술했습니다.

이때 ″다 도착하지 못했다″고 답하니 윤 대통령이 ″22시에 (브리핑룸에) 내려가야 하는데″라며 또다시 ′22시 생방송′을 언급했다고 이 전 장관은 덧붙였습니다.

앞서 공개된 비상계엄 선포문에 계엄 일시로 못박은 ′12월 3일 22시′ 공표를 위해 모든 일정을 맞춰,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은 채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경찰은 ″당시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를 열어 대국민 담화 시간을 늦추면 윤 대통령이 재고할 수 있다는 기대를 했다″는 취지의 이 전 장관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22시 KBS 생중계″ 언급은 앞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에서 제기한 ′계엄방송 준비 사전 언질′ 의혹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당시 KBS 노조 측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전 당시 박민 사장과 최재현 보도국장이 성명불상의 누군가로부터 미리 ′방송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최 국장은 ″대통령 발표 2시간 전에 대통령실 누구와도 통화한 사실이 없고, 실제 발표 전까지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반박 입장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의 ′22시 생방송′ 관련 경찰 진술은 당시 KBS와 대통령실 간 사전 모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진술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