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속 이후 사법 절차에 모조리 불응하다 85일 만에 법원에 나온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보석 심사 과정에서 ′불구속 상태가 되면 재판에 잘 나오겠다′며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펼쳤습니다.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에서 그는 ′구속된 뒤 재판에 나오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재판장 질문에 ″구속되고 나서 1.8평에서 서바이벌, 생존 자체가 힘들었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루 종일 하는 재판을 앞으로 주 4, 5회 감당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며 ″숨을 못 쉴 정도로 위급한 상태는 아니지만 구속 상태론 힘드니 보석을 해주시면 운동도 조금씩 하고 영양도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불구속 상태에선 재판에 안 나오면 구속을 할 테니 열심히 나오겠지만, 이미 구속된 상태에선 자신 없이도 진행이 가능한 재판에 굳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논리도 폈습니다.
특검 수사에 불응하는 것에 대해선 ″경호원과 산책하고 소소한 심부름 시키며 얘기한 것까지 다 갖다가 직권남용으로 만들어 대는데,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며 ″그냥 알아서 기소하고 싶으면 하고, 차라리 처벌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이른바 ′윤석열 검찰′은 사문화 되다시피 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직권남용′ 조항을 적극 활용해 사정 대상들을 겨눴는데, 본인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직권남용′ 수사엔 ″유치하다″며 반발한 겁니다.
그는 또 ″법정에 나오는 증인들도 다 제 밑에 있던 사람들인데, 제가 법정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게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겠냐″며 증인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했습니다.
증인들이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진실을 말하기 부담스러울 거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야 한다는 건데,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입니다.
한참 동안 일방적인 진술을 다 들어준 재판장은 특검 측에 ″피고인이 구치소에서 출정을 거부하면 인치가 불가능하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특검 측이 ″인치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등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대답하고 있는데, 윤 전 대통령이 중얼거리며 끼어들더니 ″자신이 검사 시절에 검토를 다 해봤는데, 구치소에선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법이 다 그렇게 돼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재판장은 마지막으로 ″만약 계속 구속 상태로 있는다면 출정을 거부하겠다는 말씀이냐″고 거듭 확인에 나섰고, 윤 전 대통령은 ″보석을 청구하는 이유는 사법절차에 어떻게든 나가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거부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며 ″다만 그게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같은 말만 반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