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13 09:38 수정 | 2026-05-13 09:53
2024년 12월 10일,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10분의 1을 담당하는 한국중부 발전은 계엄령 선포시 조치계획을 세웁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일주일, 첫 번째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지 사흘 만입니다.
중부발전 내에서 비상대비업무를 주관하는 비상계획부에서 만든 ′계엄령 선포 시 비상대응 조치계획′에선 계엄법을 요약해 <B>계엄사령부가 ′징발′할 권리가 있으며 ′필요시 군사적 용도로 제공할 물품의 반출명령′도 가능하다고 명시</B>했습니다.
또 ′평시 비상상황′과 ′전시 상황′에서의 계엄령을 구분해 대응방침을 세웠는데, 지난 2024년 12월 3일과 같은 상황에서는 계엄령 발령 상황을 전파하고 비상대책 조직을 운영한 뒤, 회의를 통해 대응 방향을 판단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B>계엄사령부 및 정부 지침에 따라 대응</B>한다는 원칙은 평시나 전시나 똑같이 포함됐습니다.
문건이 기안된 시점은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1차 탄핵 소추안이 부결(2024년 12월 7일)되고 나서 3일 뒤. 윤 전 대통령이 2차 계엄을 시도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났던 시점입니다. 다음날인 8일에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공동담화를 내놨고, 12일에 윤 전 대통령은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는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2차 계엄이 선포되고 중부발전이 이 매뉴얼을 따랐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당시 문건을 만든 담당부장은 <B>″(계엄령이) 또 있을 것 같아서 작성했다″</B>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당장은 없겠지만, 나중에라도 계엄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라며 ″한번 정리해놓고 가는 게 좋겠다 싶어서 부하직원과 상의해 기안했고 윗선의 지시는 없었다″고 부연했습니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공기업이 아무런 규정 근거도 없이 ′계엄 조치계획′을 마련했다″며 ″계엄 당시 단전·단수 지시가 있었던 점을 상기해보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탄핵안 투표 불성립 이후 ′2차 계엄′을 염두에 두고 평시 계엄 상황에 대한 체계를 마련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누가 어떤 판단으로 계획 작성을 지시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MBC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직후에도 ′포고령을 따르라′는 공문과 문자를 발송한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철도공단의 불법계엄 포고령 전파 의혹에 대해서 보도해드렸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철저히 조사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고, 국토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