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20 09:19 수정 | 2026-02-20 12:00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한 사실이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 성립의 근거로 인정됐습니다.
MBC가 확보한 1130쪽짜리 윤석열 피고인 등의 내란 사건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윤 전 대통령이 최 전 부총리에게 ″국회 관련 자금줄을 모두 차단하고,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판결문에는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국무회의를 앞두고 대통령실에 도착한 최 전 부총리가 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밤 10시 6분경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 ′어떠한 이유로도 계엄은 절대 안 된다′며 ′우리나라 대외신인도가 땅에 떨어지고, 우리 경제가 무너진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럼에도 고집을 꺾지 않고 계엄을 선포한 뒤 국무위원들에게 대응 및 조치사항을 지시했는데, 최 전 부총리에겐 ′기획재정부장관′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건넸습니다.
해당 문서에는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12.3 내란에 대해 ′국회를 무력화시킨 다음 별도의 국가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고 하는 등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 했다′고 언급하며 이를 국헌문란 목적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상의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나 ′병력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또 계엄법상 요건인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나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우′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피고인들이 사전에 군·경을 동원한 작전이나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의 국정 운영에 대해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비상계엄의 지속시간은 비교적 짧았다″며 이를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