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엄기영,백지연
새마을금고에 부도가 났다는 뜬소문으로 예금인출 소동[윤용철]
입력 | 1994-05-03 수정 | 199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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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에 부도가 났다는 뜬소문으로 예금인출 소동]
● 앵커: 다음 소식입니다.
몇일전 서울의 한 새마을 금고에서 난데없이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부도가 났다는 뜬소문이 나돌면서 예금 가입자들이 구름같이 몰려와서 너나 할것 없이 예금한 돈을 빼내간 것입니다.
당연히 이 마을금고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뜬소문에 허약한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정말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 이렇게 까지 됐는지 사회부 윤용철 기자가 이번 해프닝의 전말 그리고 그 원인을 추적해 봤습니다.
지난달 28일 도시 서민들이 주로 모여 사는 서울 구로구 오류2동의 새마을금고에서 갑작스런 대규모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불과 이틀새 몰려든 예금자들은 1200여명 이들이 삽시간에 빼내간 예금은 모두 20억여원이었습니다.
새마을금고가 부도났다는 소문 때문이었습니다.
새마을 금고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 해명해 나섰지만 예금가입자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 새마을금고 직원: 마을금고가 망한다고 그런 소문을 들었대요.
누구한테 들었냐 그랬더니 잠자고 있는데 전화를 받았다고 그러니까 다른 아줌마들을 통해서 전화가 왔었나봐요
● 기자: 경찰이 서둘러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유언비어의 출처는 술자리였습니다.
● 최모씨(헛소문 유포자): 제가 취중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부도가 났다고 이런 식으로 제가 얘기하게 되어서 아마 이렇게 확산이 된 것 같습니다.
● 기자: 한마디로 헛소문에서 시작된 해프닝 이었지만 이 일로 새마을금고는 물론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예금을 해약하고 돈을 인출해간 고객들도 막대한 피해를 봤습니다.
사회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내일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격변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공황심리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 차재호 교수(서울대 심리학과): 그 소문으로 해서 내가 큰 손해를 보게 되어있다.
이럴 때 사람들이 다급하게 소위 공황적인 심리적인 공황이라 할 수 있는 그런 행동양상을 보이게 되죠.
● 기자: 즉 어쩌면 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이 심리상태를 지배함으로써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개인주의화 된 사회엔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유언비어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합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 회복이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MBC뉴스 윤용철입니다.
(윤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