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백지연

국선변호인, 무성의한 변론 일삼아...[윤능호]

입력 | 1994-07-06   수정 | 199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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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 무성의한 변론 일삼아...]

● 앵커: 국선변호인 제도, 변호사를 댈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형사사건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무료로 변호인을 선임해서 조력을 받도록 하는 이 제도는 아마도 통치나 행정 위주의 국가가 하는 대표적인 착한 일, 이상적인 일로 꼽힐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은 이상으로만 그치고 있습니다.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로 무성의한 변론을 일삼는 국선 변호인들, 같은 변호사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윤능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대법원이 상고할 때 변호사들이 내는 상고 이유서입니다.

개인이 선임한 사선 변호사가 내는 상고 이유서는 보통 이렇게 30장에서 많게는 100장이 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국가가 선임해준 국선 변호인이 낸 이유서는 2장을 넘지 않습니다.

양보다는 질이 문제고 결국 진실을 가리는 것은 판사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각 법원마다 50명씩 선임된 국선 변호인들이 재판 기록이라도 제대로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임채관씨(대법원 형사과): (국선 변호인들이 기록은 보러 옵니까?) 서너 명은 보는데, 나머지는 거의 안보죠.

(기록을 보지 않고 상고 이유서는 어떻게 씁니까?) 저희들이 1, 2심 판결등본을 보내 주기 때문에 그걸 토대로 작성하는 것 같습니다.

● 기자: 기록조차 보지 않는 국선변호인들이 피고인들을 만나 상세한 얘기를 들을 리도 없고 때문의 이들의 변론도 별로 기대할 것은 못됩니다.

● 재판 관계자: 법정에서만 기록을 대충 보고, 선처를 바랍니다. 이렇게 그냥 끝내는 분도 있어요.

● 기자: 국선 변호인들이 무성의한 것은 무엇보다 수입료 때문입니다.

최근 국선 변호료가 2배 이상 올랐다고는 하지만 10만 원에서 최고 50만 원에 불가해 사선 변호를 맡았을 때의 수입료보다는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변호사들의 자성의 소리는 있습니다.

● 임영화(변호사): 1년에 국선 변호를 맡게 되는 기회가 변호사님들마다 많지는 않고 그리고 맡게 되실 때마다 성실하게 준비만 하시면 그렇게 변론을 진행할 때에 부담스러워 할 만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 기자: 그렇지만 단지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성의 없는 국선 변호가 계속되는 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자조적인 말 역시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게 될 것입니다.

MBC뉴스 윤능호입니다.

(윤능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