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정혜정

경찰의 엉터리 신고접수 체제[박성제]

입력 | 1994-09-29   수정 | 199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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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엉터리 신고접수 체제]

● 앵커: 네, 흐트러진 우리 사회 기강을 점검해보고 다짐을 새롭게 해보는 순서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 실종자가 생기면 당연히 황망한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마는 과연 우리 경찰은 이 실종자 신고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사회부 박성제 기자가 한 단적인 예를 보도해드리면서 경찰의 성의 있는 수사 태도를 촉구합니다.

● 기자: 서울 용산구 이촌1파출소.

지난 13일 납치범 온보현에게 살해된 허수정씨의 실종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된 곳입니다.

사흘 뒤인 지난 16일 밤 이 파출소에는 또 하나의 실종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이 동네 사는 64살 박연숙씨가 그 날 오후 가족들에게 백화점에 다녀오겠다며 30만원을 갖고 외출한 뒤 그대로 소식이 끊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박씨가 대학을 졸업한 교사 출신으로 일본어에 능통해 지금도 무역회사에서 통역으로 일하고 있으며, 자식들과의 관계도 원만해 가출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 박경애(박씨의 며느리): 어머니는 치매 현상도 하나도 없고 더군다나 굉장히 건강하시고 현재 무역회사에 통역을 하고 계신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그 얘기는 듣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가정불화로 얘기를 하면서.

● 기자: 그러나 파출소 측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박씨의 학력을 멋대로 중졸로 기록하고 단순 가출로 처리해버렸습니다.

● 파출소 직원: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젊은 여자도 아니고 단순히 노인 하나가 집을 나갔다면 가출일 확률이 높다.

● 기자: 박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수사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지만 허사였습니다.

● 박경애(박씨의 며느리): 가정불화가 하나도 없었는데도 어떤 사람을 가출로, 자의로 나가버린 거로 접수를 하시고 이 아가씨는 젊기 때문에 납치가 됐다고 생각하는 그 차이가 저는 답답하다는 거죠.

● 기자: 관할인 용산경찰서 측은 범죄에 희생됐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단순가출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합니다.

● 용산서 실종신고 담당 계장: 범죄와 관련된 신고라든지 그런 게 겸비돼야죠.

● 기자: 그러나 용산경찰서의 가출인 접수대장에는 허수정시의 이름만 들어있을 뿐 박씨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아예 사건 자체가 접수되지 않은 것입니다.

● 서영근(전국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 가출문제에서 사건에 연결된 그런 문제들도 있다고 봅니다.

가끔 있습니다.

그럴 때는 경찰에서 적극적으로, 좀 사건적으로 다뤄졌으면.

● 기자: 이번 온보현 사건에서도 경찰은 허씨가 살해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범인이 자수하자 겨우 시체 찾는 일에만 나섰습니다.

● 박경애(박씨의 며느리): 그 아가씨 같은 경우에는 단서가 감시카메라에 걸렸기 때문에 형사대를 편성했는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단서가 없으니까 저희보고 단서를 찾으라는 거예요.

MBC뉴스 박성제입니다.

(박성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