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정혜정

전직 교도관, 교도소 내 부패 기록한 일기 공개 파문[이강세 정윤호]

입력 | 1995-03-29   수정 | 1995-03-29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전직 교도관, 교도소 내 부패 기록한 일기 공개 파문]

● 앵커: 교도관들이 재소자에게 한 갑에 10만 원씩 받고 담배를 파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온 사실이 확인이 돼서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 전직 교도관이 교도소 내의 각종 부정과 부패를 적나라하게 기술한 6년간의 일기를 공개해 파문이 되고 있습니다.

이 일기에는 담배장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재소자가 교도소 앞 가게에서 술을 먹는 일까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광주와 안동에서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 기자: 광주교도소의 박모 교도관 등 전 현직 교도관 5명이 재소자들로부터 자동차를 뇌물로 받고 편의를 봐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광주지방 검찰청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92년부터 조직폭력배 출신 재소자들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최고 500만 원의 금품과 승용차를 뇌물로 받았습니다.

시중에서 9,000원을 주면 이 담배 10갑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리 교도관들은 교도소 안에서 담배 10갑을 100만 원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이 담배를 산 재소자는 수십 배 더 비싼 값으로 담배장사를 했습니다.

● 광주교도소 직원: 그래서 그것이 10만 원, 20만 원 할 겁니다.

어쩌다 하나씩 직원이 그래요.

● 기자: 이 같은 사실은 지난 두 달 동안 교도관을 상대로 내사를 벌인 광주교도소 측이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드러났습니다.

고발인 조사를 마친 검찰은 다음주부터 관련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이는 한편 구조적인 교도소의 비리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광주에서 MBC뉴스 이강세입니다.

● 기자: 지난 88년부터 안동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하다 최근 퇴직한 박갑호 씨 일기입니다.

이 일기를 보면 담배는 교도관을 통해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교도관들은 담배를 반입해서 한 갑에 10만 원씩을 받고 친한 재소자에서 넘기며 재소자는 한 개비에 만 5,000원씩을 받고 또 판매합니다.

● 박갑호(전직 교도관): 돈을 100만 원을 받고 담배 10갑씩을 주면은 그 재소자가 다시 다른 재소자들한테 담배를 제공해주고 그 재소자의 통장으로 집으로 돈이 입금되는 등.

● 기자: 일부 교도관은 그림 장사도 합니다.

재소자가 그린 그림을 받아서 화랑에 팔아넘기면서 상당한 돈을 챙기기도 합니다.

금지된 특별 접견은 수시로 이루어지고 감방 안에서 포커 판이 벌어집니다.

도색잡지가 나돌고 심지어 라면도 버젓이 끓여먹습니다.

교도관과 거래만 잘하면 재소자가 교도소를 잠시 나와서 앞 가게에서 술을 마실 수도 있습니다.

● 박갑호(전직 교도관): 88년, 89년, 90년, 91년 당시는 가능했습니다.

● 기자: 말이 감옥이지 맘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곳이 우리 교도소라고 박 씨는 폭로했습니다.

MBC뉴스 정윤호입니다.

(이강세, 정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