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정혜정

생산현장 노동자들, 고달프지만 꿈이 있는 삶[김현주]

입력 | 1995-05-01   수정 | 1995-05-01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생산현장 노동자들, 고달프지만 꿈이 있는 ]

● 앵커: 우리 경제의 눈부신 성장은 생산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린 노동자들이 일궈낸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젊은이의 생활을 통해 고달프지만 꿈이 있는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김현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두꺼운 쇳덩어리를 매끄럽게 갈아내는 연삭공.

금형가공의 마무리 단계를 책임지는 정밀 기술자입니다.

5년째 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강종식 씨는 꼼꼼한 일솜씨로 선배들에게도 인정받는 기능인입니다.

강종식 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23살에 뒤늦게 정수직업훈련원에 입학해 1급 기계가공기능사 자격을 딴 뒤 계속 이 공장에서 일해 왔습니다.

기계 소음 속에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고된 생활이지만 1mm에 천분의 1까지 정확하게 다듬어내는 정밀기계공의 생활의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 강종식(연삭공): 기능인이라 하면 기능인 중에 최고가 되는거죠.

● 기자: 2년 전에는 일본에서 수입해 쓰던 값비싼 금형가공용 불럭을 직접 만들어내 지금까지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

● 강종식: 둥근 제품도 있고 각진 제품 여러 가지 있거든요.

그런 어떠한 형상이든 이걸로 가공을 할 수가 있어요.

● 기자: 공장일은 보통 아침 8시 반에 시작해 저녁 5시 반에 끝나지만 잔업이 있는 날엔 9시정도나 돼야 집에 갑니다.

평균 65만 원 정도인 통상 임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잔업이나 특근을 마다할 처지가 아닙니다.

같은 공장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가 한 달 전 둘째를 낳고 부터 연년생인 아이 둘을 보느라 힘든 줄 뻔히 아는 강종식 씨가 토요일 오후 모처럼 일찍 퇴근했습니다.

● 강종식: 자식은 또 자기 갈 길이 있는 거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거에 대해서 할 수 있도록 길만 열어주면 그게 최선인거 같아요.

● 기자: 강종식 씨는 아이들의 미래에 거창한 꿈을 실어놓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가난이 되물림 되지 않고, 근로자가 떳떳하게 대접받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MBC 뉴스 김현주입니다.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