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정동영,김은주

삼풍 붕괴현장에서 구조된 24명의 생존자들의 52시간 인간애[고주룡]

입력 | 1995-07-02   수정 | 199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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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붕괴현장에서 구조된 24명의 생존자들의 52시간 인간애]

● 앵커: 구조된 24명 가운데는 자신은 몸이 뚱뚱하니 나중에 나가겠다고 한사코 구조 순서를 양보한 청소원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또 다 큰 자식들의 신세를 지기 싫어 청소원 직업을 가진 육순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착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고주룡 기자 입니다.

● 기자: 올해 63살의 안춘란씨. 칠흑 같은 어둠.

서서히 다가 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보낸 52시간은 영원이 잊을 수 없는 악몽이었습니다.

● 안춘란(생존자) : 아무것도 못 먹고, 오줌을 받아 마셨어요. 그리고 몸이 물에 떠 있었어요.

● 기자: 그래도 실낱같은 삶의 희망만은 버릴 수 없었습니다.

● 안춘란(생존자) : 살아서 나가자, 서로 살자 (격려했어요)

● 기자: 안춘란씨에게 가장 힘든 시간은 정작 구조 직전에 찾아왔습니다.

50cm밖에 되지않은 작은 통로.

자신이 나가는 시간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안춘란(생존자): 난 뚱뚱해서 맨 나중에 나온다고 했어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한 뒤에 나오려고요.

● 기자: 파출부와 백화점 청소원 일을 하며 1남4녀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킨 서춘희씨는 올해나이 환갑입니다.

이젠 좀 편하게 쉬라는 자식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힘든 청소원 일을 해온 이유는 한가지 였습니다.

● 서춘희(생존자) : ...내 인생 내가 살아야지.

● 기자: 서씨는 현재 붓고 있는 적금만 끝내면 힘든 백화점 일을 그만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어머니 서씨가 자식들 곁으로 돌아오던 날, 가족들을 복받치는 감격으로 얼싸안았습니다.

24명의 생존자가 폐허 속에서 빠져 나온 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병상에 누워있는 생존자들은 깊은 안도 속에서도 불현듯 떠오르는 생 지옥에 몸서리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고주룡 입니다.

(고주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