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정동영,김은주

구조대원에게 전화한 석예지씨 소식 없어 가족들 애 태워[임대근]

입력 | 1995-07-02   수정 | 199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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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대원에게 전화한 석예지씨 소식 없어 가족들 애 태워]

● 정동영 앵커: 시간이 흐르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은 점점 가늘어지고 있습니다.

매몰현장 지하에서 구조대원에게 집 전화번호까지 가르쳐 준 뒤 생사불명이 된 한 실종자 가족은 더욱 애가 타고 있습니다.

임대근 기자가 보도 합니다.

● 기자: 순식간에 일어난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는 수많은 가정을 비탄 속에 빠뜨리며 더욱 격렬한 여진을 남겼습니다.

영어강사인 26살 석예지씨.

사고가 나기 직전 옷을 사기 위해 혼자서 삼풍 백화점에 들른 석씨는 그 후 만 사흘이 지나도록 가족들에게 목소리를 전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을 더욱 애타게 만든 것은 그저께 낮1시쯤 걸려온 한 구조대원의 전화, 엘리베이터 근처에
묻혀있는 석씨로부터 전화번호를 전해 들었다는 이 구조대원은 석씨를 구한 뒤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석씨의 오빠와 삼촌은 직접 현장을 찾아 나서기도 했습니다.

사고대책본부, 구조 본부, 지하구조 현장까지 샅샅이 뒤졌으나 석씨는 물론 석씨를 보았다는 구조대원도 찾지 못했습니다.

● 석예지씨 삼촌: 매몰돼있는 예지가 어디 지점인지 그 사람은 알고 있거든, 그 사람이 알았으니까 예지가 연락을... 전화번호를 주어 가지고서 우리 집으로 연락을 한거란 말이야.

● 구조대원: 그거는 나는 모르죠.

나는 선생님이 거기 끼어 있는 것 만 확인만 시켜주었죠.

마지막 엘리베이터 사이에 끼었던 거...

● 기자: 하루종일 동생을 찾아 헤맨 오빠는 망연자실 할말도 잊었습니다.

혹시 집으로 연락이 왔냐는 확인도 해보고, 불안한 마음으로 사망자 명단도 확인하지만 어디에도 석예지씨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마음씨 착한 동생이 아직 살아있다면 마지막 힘을 다해 버티길 바랄 뿐입니다.

석예지씨 가족의 심정은, 이번 사고로 억장이 무너져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MBC 뉴스, 임대근 입니다.

(임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