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정동영,김은주
최명석군 옆에 있던 두명의 여성은 모두 숨을 거둬[김은혜]
입력 | 1995-07-09 수정 | 199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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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석군 옆에 있던 두 명의 여성은 모두 숨을 거둬]
● 앵커: 최군 옆에는 두 명의 여성이 더 있었습니다.
최군과 함께 서로 위로를 주고받았던 백화점 여직원 이승연 양과 아들과 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던 중년의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그 두 명은 상처가 깊어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모두 숨을 거뒀습니다.
김은혜 기자 입니다.
● 기자: 삼풍 지하에는 최명석군 말고도 두 명의 여자가 더 있었습니다.
한명은 가정용품 직원 25살 이승연씨.
살아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숨을 거둘 것인지 누구도 몰랐습니다.
서로의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그러나 시시각각 이씨는 탈진해 갔습니다.
살아나기엔 상처가 너무 깊었습니다.
25살 가녀린 몸을 덮친 콘크리트 더미에 눌려 꼭 같이 살아나가자던 말소리도 점점 작아져 갔습니다.
● 최명석: 서로 살자고 약속했는데.
이씨는 팔다리가 크겠다 자기 먼저 간다고 했다.
● 기자: 이씨는 끝내 최군 옆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최군이 구조 된지 6시간만인 오늘오후 2시, 바로 최군이 구조된 그 장소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굴됐습니다.
● 이기문 (이승연양 아버지):승연아. 좋은데 가라. 좋은데.
● 기자: 최군 옆에는 중년의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 절망 뿐인 공간 속에서도 아주머니는 내내 식구들 걱정을 했습니다.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아주머니는 아들하나 딸 셋을 둔 어머니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무너진 철근에 깔려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습니다.
● 최명석: 아주머니가 아프다고, 팔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 기자: 결국, 사고 하루를 넘기지 못한 채 식구들 이름을 하나하나 대뇌이다가 눈을 감았습니다.
차마 지켜볼 수 없는 생사의 갈림 길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생과 사를 갈랐던 폐허,그리고 기적이 일어난 잔해 위로는 종일 굵은 빗방울이 내렸습니다.
MBC뉴스 김은혜입니다.
(김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