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앵커: 엄기영,백지연

[노태우 구속수감]노태우 씨 구속 집행 표정[김석진]

입력 | 1995-11-16   수정 | 199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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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구속수감][노태우 씨의 구속 집행 표정]

●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직 대통령 노태우 씨가 1시간 전 경기도 의왕시 포일구치소에 구속 수감됐습니다.

헌정사상 처음 함께 목격하는 부패의 종말,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불행한 일입니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떻든 부정부패, 정경유착 그 후진성을 벗는 한 이정표가 돼야만 되겠다, 뼈아픈 다짐으로 뉴스데스크 시작합니다.

뜻밖에도 노태우 씨는 형사 피의자답지 않게 할 말을 남기고 구치소로 떠났습니다.

먼저 오늘 노태우 씨의 구속집행 표정을 김석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죄를 지으면 반드시 처벌이 따른다.

엄숙하고 평범한 진리 앞에 전직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은 예우는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는 점뿐입니다.

그러나 권력형 부정축재자 낙인이 찍힌 노태우 씨는 축 처진 어깨, 고개를 떨군 모습대신 뜻밖에도 말문을 열었습니다.

● 노태우 전 대통령: 국민 여러분들에게 정말 송구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저 혼자서 모든 책임을 떠안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 각오입니다.

이 자리에서 특히 가슴 아픈 것은 나로 인해서 많은 기업인들이 곤욕을 치렀습니다.

국민들 여러분께 부탁드리건데 이 기업인들 국제 경쟁력에 뒤지지 않게끔 밀어주시고 보살펴 주시고 또 용기주시고 힘을 주십시오.

● 기자: 노 씨는 이어 비자금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에 빠져있는 정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었습니다.

● 노태우 전 대통령: 정치인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가슴에 안고 있는 불신, 그리고 갈등, 이 모두 내가 안고 가겠습니다.

안고 어떤 처벌도 내가 받겠습니다.

제발 이것을 계기로 해서 정치인들 이제는 이 불신과 갈등을 다 씻어버리고 화해와 이해와 협력으로 정말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서 우리 후배들에게 물려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 기자: 빗나간 인생, 터무니없는 욕심, 비뚤어진 생각을 뒤늦게 후회하는 빛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수사관들과 함께 호송차에 오르는 걸음은 무거워 보입니다.

저녁 7시31분, 대검청사를 출발해 구치소로 가는 길은 불과 25분,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시간은 마음과는 달리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구치소 도착 직전, 호송차는 노 씨를 알아본 한 시민이 던진 돌팔매를 맞았습니다.

얼마가 될지 모를 수감생활, 캄캄한 밤, 차 속에 앉은 노 씨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외쳐온 보통사람 노태우.

그러나 끝내 보통사람도 되지못하고 구치소에 도착한 노 씨는 한낮 죄수일 따름이었습니다.

한때 최고의 권련, 최정상의 부귀를 노린 노 씨는 쇠창살이 쳐진 육중한 철문 앞에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습니다.

국민이 직접 뽑아준 대통령이 자유를 박탈당하고 역사에 오점을 남긴 오늘 모두가 부끄러운 하루였습니다.

MBC뉴스 김석진입니다.

(김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