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앵커: 엄기영,백지연

[12.12 16년]정승화 계엄사령관 체포 과정[윤정식]

입력 | 1995-12-12   수정 | 1995-12-12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12.12 16년][정승화 계엄사령관 체포 과정]

● 앵커: 드디어 16년 전 오늘밤 7시 20분, 한남동 육군참모 총장공관에선 총성이 울려 퍼집니다.

피로 물든 총장공관.

쿠데타군은 불과 10여 분 만에 정승화 계엄사령관의 체포 작전을 끝내고 맙니다.

윤정식 기자입니다.

● 기자: 저녁 7시 5분, 어둠이 내린 총장공관 입구에 검은색 승용차 한대와 짚차 한대가 도착합니다.

전직 헌병대장을 앞세워 아무 의심도 받지 않고 경비초소를 통과합니다.

총장납치조 허삼수. 우경윤 대령.

총장공관 응접실에서 정승화 총장이 나오길 기다립니다.

부관동태 감시조, 한길성. 김대균 소령 그리고 박원철 상사.

이들은 만약의 사태를 위해 부관실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현관 대기조 신동기. 김덕수 준위 ,총장실 밖과 정원을 감시하며 총장이 연행돼 나오길 기다립니다.

정문 밖에는 헌병대 1개 중대 병력이 마이크로 버스에 탄 채 숨어있습니다.

그러나 권정달 보안사 정보처장이 급한 보고서를 전달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에 총장 측에서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습니다.

잠시 후 응접실로 나온 정승화氏는 허삼수 대령의 연행 통보를 듣고 놀랍니다.

참모총장의 연행에 대한 대통령 재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참모총장부관 이재천 소령이 전화기를 듭니다.

외부연락을 두려워 한 한길성 소령의 얘기치 못한 권총사격에 이 소령은 전화기를 든 채 쓰러집니다.

쿠데타의 시발을 알리는 최초의 총성입니다.

참모총장 경호장교 김인선 대위가 반란군을 쏘기 위해 권총을 뽑는 순간 부관실 안에 있던 반란군 한길성. 김대균. 박원철의 권총이 동시에 불을 뿜고 김 대위는 10여 발의 총탄 세례를 받고 쓰러집니다.

● 김인선 대령(당시 참모총장 경호장교): 몸에 맞은 게 다섯 발, 양복에 10여 발의 총알자국 무수히 많이 맞았다.

● 기자: 안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동안 공관 밖에서는 숨어있던 헌병대 1개 중대 병력이 최석립 중령의 지휘로 외곽초소와 공관 정원을 장악합니다.

이 사이 허삼수 대령 일행은 정승화 총장의 양 팔을 잡고 박원철 상사는 M-16소총으로 정 총장을 위협해 승용차에 태우고 서빙고 분실로 떠납니다.

밤 7시 27분 상황은 종료됩니다.

총장납치를 위해 치밀한 사전준비와 철저한 실행계획을 거친 하극상의 순간 입니다.

지금시간 밤 8시, 정확하게 16년 전 바로 이 시간에 정승화 총장이 이곳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납치돼 옵니다.

이 보안사 서빙고 분실은 이후 반란세력의 핵심장소가 됩니다.

이곳으로 정병주 특전사령관과 장태완 수경사령관들이 모두 연행돼 오고 그 이튿날 최규하 대통령이 사후재가를 할 때까지 이곳에서 모두 감금돼있게 됩니다.

그러나 서슬 퍼렇던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는 이제 낡은 철문과 앙상한 정원수 가지만이 남아 16년 전 이곳을 근거로 쿠데타를 일으켰던 반란주역들의 몰락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정식입니다.

(윤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