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정동영,김은주
58년간 달리던 협궤열차, 수원역에서 마지막 기적 울려[고주룡]
입력 | 1995-12-31 수정 | 199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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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간 달리던 협궤열차, 수원역에서 마지막 기적 울려]
●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참으로 격동이 심했던 한 해였습니다.
이제 그 한 해가 갑니다.
하지만 진정 다행인 것은 오늘 우리가 오름세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100년 전 19세기 말에 고단했던 민족사와 비교하면 21세기를 코앞에 둔 오늘의 우리 역사는 분명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자, 이제 1995년을 과거 속으로 묻어야 할 시간입니다.
95년과 함께 사라진 협궤열차의 마지막 풍경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MBC뉴스의 고주룡 기자입니다.
● 기자: 오늘 밤 8시 4분 수인선 마지막 협궤열차가 수원역에서 마지막 기적을 울렸습니다.
지난 58년 동안 서민들의 애환과 연인들의 사랑을 싣고 달리던 협궤열차.
지난 37년 일제가 소래와 남동 등 경기만 일대의 쌀과 소금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게 만든 이 협궤열차는 그동안 서민들과 함께 반세기를 달려왔습니다.
철로 폭이 76.2cm로 표준 철로의 절반인데다 2량밖에 운행되지 않았지만 협궤열차 곳곳에는 포구 아낙네의 억센 삶과 통학생들의 사랑이 배어있습니다.
● 권인주: 남학생이 몇 안 되고 이게 추억이 참 깊어요.
옛날에 눈 많이 오면 어디서 만나자고 쪽지 같은 거 가방에 끼어두고.
● 임순열: 주로 생선, 어물 이런 것을 다락에다 머리에 이고 아낙네들이 많이 타고 다녔어요.
● 기자: 꼬마 열차가 마지막 여정에 나선 날 많은 시민들이 아쉬움을 나눴습니다.
이제 현대식 전철에 밀려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게 됐지만 소금기 가득 배인 좁은 선로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사연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MBC뉴스 고주룡입니다.
(고주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