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이인용,정혜정

농어촌안정기금 밑바진 독에 물붓기[김낙곤]

입력 | 1998-04-08   수정 | 1998-04-08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농안기금 밑 빠진 독]

● 앵커: 농수산물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 정부는 해마다 엄청난 액수의 가격 안정기금을 농어촌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농어민들은 이 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곁으로 새고 있습니다.

광주의 김낙곤 기자가 이 기금 운용의 문제점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전라남도가 출자한 공기업인 전남무역, 지난해농수산물 유통공사로부터 11억 천2백여만 원의 수출 채소류 수매자금을 받았습니다.

전남무역은 이 돈으로 농가로부터 수출용 밤호박 1,580여 톤을 7억여 원에 사들였습니다.

그러나 취재팀이 진도와 장흥 등, 밤호박 생산 농가를 찾아 계약재배 면적을 확인한 결과 수확량은 많아야 550여 톤입니다.

그런데 전남무역은 수출이 어렵다며 이마저도 다 사들이지 않아, 실제 수매한 물량은 50여 톤에 4천만 원어치에 불과했습니다.

1,530여 톤에 6억6천여만 원어치가 차이 납니다.

● 밤호박 재배농민: 여기서부터 많이 쌓여 있었다.

다 썩어버려 속상하다.

● 기자: 밤호박이 이처럼 썩어가는 동안 전남무역은 가짜서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전남무역은 먼저, 이 곳 농민들이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진도군에 사는 기 모씨와 김 모 씨를 농가 대표로 세워 밤호박 7억 원어치를 사들인 것처럼 매입 영수증을 만들었습니다.

- 기XX씨와 김OO씨 알아요?

● 밤호박 재배농민: 모릅니다.

● 기자: 다음은, 진도군에 있는 제석농산이라는 밤호박업체에 이 물량을 판 것으로 꾸며 매입과 매출을 맞추었습니다.

왜 이같은 일들이 벌어지는가?

농안기금은 대출금리가 5%, 금융권의 이자 차익만 해도 엄청난 이득이 나기 때문입니다.

● 전남무역 대표: 우리가 이 돈(농안기금)을 받아서 어디에 쓰든 그건 다른 얘기다.

● 기자: 유통공사의 농안기금 관리도 허술했습니다.

수매 현장에 가 보지도 않았고, 업체가 보낸 농산물 구매 영수증 등, 몇 가지 서류만으로도 농안기금을 집행했습니다.

● 유통공사 관계자:(매입·매출) 두 서류를 검토해 보면 알 수 있다.

- 현장에 가보지 않아도 되나?

현장에 안 가 봐도 알 수 있다.

● 기자: 정부는 해마다 수천억 원의 농수산물 가격 안정 기금을 농어촌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처럼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MBC뉴스 김낙곤입니다.

(김낙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