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이인용,정혜정

국내 감정사들, 밀수업자와 짜고 다이아몬드 엉터리로 감정[박성제]

입력 | 1998-07-03   수정 | 1998-07-03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다이아감정 엉터리]

● 앵커: 요즘 이곳저곳의 다이아몬드 모으기 행사장에선 국내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던 다이아몬드가 외국인 감정사로부터 터무니없이 낮은 등급을 받는 일이 매우 잦습니다.

국내 감정사들이 밀수업자와 짜고 질 낮은 다이아몬드를 최고급 등급으로 둔갑시켜 팔아온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박성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최근 한 백화점에서 열린 다이아몬드 모으기 행사장을 찾았던 주부 이 모씨는 어의없는 일을 당했습니다.

몇년전 국내 보석상에서 천 만 원이나 주고 산 다이아몬드 반지를 팔려고 내놓았지만 외국인 감정사는 반값도 쳐줄 수 없다고 해서 말다툼만 벌이다 그냥 돌아왔습니다.

● 이 모씨: 850에서 900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450에서 500 준다고 하니까, 차이가 너무 나고, 속상하고...

● 기자: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국내에서 거래되는 다이아몬드 대부분이 불법 밀수품인데다 감정 과정에서 밀수업자와 감정사간의 유착관계에 따라 감정등급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밀수업자들은 홍콩이나 벨기에 등에서 감정서도 없는 다이아몬드를 수십 개에서 수백 개씩 사들여 간단히 밀반입해 들여옵니다.

● 다이아몬드 밀수업자: 도착 10분전에 비행기 화장실에 들어가서, 뒷부분(항문)에다 넣는데, 잘 안 들어가니까 미끄러운 걸 칠하고...

● 기자: 문제는 공항의 검색대가 밀수꾼들이 몸에 지니고 들어오는 다이아몬드를 잡아내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공항 검색대는 금속성 물질만 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이아몬드 10개를 종이에 싸서 주머니에 넣고 검색대를 통과해 봤지만 경보음이 전혀 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매년 30만 개 이상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밀수 다이아몬드들은 품질이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보석상에 공급되기 전에 거치는 국내 감정 과정에서 상당수가 A급으로 둔갑합니다.

● 다이아몬드 밀수업자: 예를들어 백개, 2백개를 가져오면 아침에 와서 점심때까지 감정하는 거죠.

등급 좋게 끊어서, 많이 나오면 나온만큼(뇌물)줘야 되고, 다 전화하고 가고 다 아는 사람인데...

● 기자: 취재팀은 결혼 예물로 가장 인기가 높은 0.3캐럿짜리 다이아몬드 10개를 한 보석도매상에서 구입했습니다.

연마상태, 색깔, 투명도 세 가지 등급 모두 최상급이라는 유명 감정소의 감정 증서가 딸린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 증서를 떼어버린 뒤 같은 감정소에 다시 감정을 의뢰하자 10개 가운데 6개는 색깔이나 투명도가 나빠서 좋은 등급을 줄 수가 없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유를 따져 묻자 감정소 측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합니다.

● 모 감정소 감정사: 다이아는 미세한 것이기 때문에 아침 틀리고, 점심 틀리고, 저녁 틀리고, 전부 틀리게 나올 수 있다.

● 기자: 최고급 예물만을 찾는 결혼세태에 편승해 밀수 다이아몬드와 원칙 없는 감정기준이 판을 치는 국내 보석시장, 애꿎은 신랑 신부들만 하루에도 천여 개씩 질낮은 다이아몬드를 결혼 예물로 주고 받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성제입니다.

(박성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