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이인용,정혜정

두 팔 없는 화가 석창우 개인전 연다[조상휘]

입력 | 1999-04-13   수정 | 199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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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없는 화가 석창우 개인전 연다]

● 앵커: 사고로 두 팔을 잃은 뒤 의수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습니다.

조상휘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박찬호의 역동적인 투구 동작이 힘찬 붓놀림을 거쳐 독특한 그림으로 태어납니다.

붓을 잡은 화가의 손은 뜻밖에도 차가운 금속 갈고리입니다.

지난해부터 개성 있는 누드 크로키와 드로잉 작품으로 눈길을 끌기 시작한 석창우 씨는 전기기술자로 일하던 지난 84년,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었습니다.

실의에 찬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소일삼아 시작한 서예와 그림 공부가 이제는 갈고리의 쇠끝으로 전해오는 감각만으로도 성한 사람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거침없이 붓을 휘두를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 석창우(화가): 이게 의수가 절대 나한테 맞춰지는 게 아니고 내가 의수한테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까 하나하나 할 일이 생기더라고요.

● 기자: 의수를 단 아버지에게 철없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때 쓰던 코흘리개 아들이 중학생이 된 지난해, 석 씨는 붓을 잡은 지 13년 만에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 석창우(화가): 한 사람이 무슨 일을 하려고 그러면 여러 사람이 희생을 해야 되거든요.

애들이나 집사람이나 모두…

● 기자: 아들에게 배운 컴퓨터 실력은 오는 6월 초대전이 열릴 LA의 화랑에 자신의 작품을 전송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됐습니다.

두 번째 개인전을 앞둔 지금, 비록 두 팔은 잃었지만 전기기사에서 예술가로 다시 태어나는데 힘이 돼준 가족의 사랑이 더욱 절실하게 석 씨의 가슴에 와 닿습니다.

MBC뉴스 조상휘입니다.

(조상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