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이인용,정혜정
원철희 농협 전 회장 구속. 농축협 비리 엄청나[이상호 연보흠]
입력 | 1999-04-21 수정 | 1999-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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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희 농협 전 회장 구속, 농축협 비리 엄청나]
● 앵커: 원철희 전 농협 회장이 오늘 저녁 구속됐습니다.
농협과 축협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계속될수록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온갖 비리의 유형이 다 드러나고 있습니다.
두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원철희 전 농협 중앙회장이 소환 이틀 만에 오늘 저녁 구속됐습니다.
수사에서 확인된 원철희 씨의 비자금은 6억 원이 넘습니다.
원 씨는 중앙의 홍보비나 업무추진비에서 4억 9,000만 원을 빼돌리고 무보수 자리인 농민신문사의 사장을 겸임하면서 월급으로 1억 1,000만 원을 타냈습니다.
이 같은 비자금으로 원 씨는 같은 농협 중앙회장 출신으로 지난해 자민련 강원지사 후보로 출마한 한호선 씨에게 1,000만 원의 선거 자금을 제공했습니다.
원철희 씨는 아예 농협중앙회 손 모 상무 등 핵심 간부 4명을 한호선 씨의 선거 캠프로 보내 연설문 작성이나 자금관리 등을 돕도록 해 정치 관여를 금지한 농협법을 어겼다고 검찰이 밝혔습니다.
원 씨는 또, 다른 정치인을 후원하는데 비자금의 상당 부분을 쓴 것으로 드러났지만 누구에게 얼마나 돈을 줬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원철희 씨는 조합 돈을 대출해 줄 때도 수시로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사실상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대륙산업개발과 서주산업에 각각 54억 원과 3억 원을 대출해 주도록 지시했고, 조합은 결국 이 돈을 떼일 판입니다.
검찰은 원 씨를 상대로 정치인 가운데 누구에게 얼마나 돈을 줬는지를 계속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이상호입니다.
● 기자: 검찰의 농·축협 비리 수사를 통해 구속된 사람은 지금까지만 해도 255명, 100명이 넘지 않을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숫자입니다.
비리 유형도 가지가지였습니다.
돈을 꾸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는 것은 가장 흔한 수법이었고 심지어 빚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붙여진 농가를 등쳐 돈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울산 축협과 전주 농협은 경매에 붙여진 농가가 법원에 낸 경매 비용을 빚을 갚은 뒤에도 돌려주지 않고 모조리 가로채 수천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합 사업과 관련해 잇속을 챙긴 경우도 200건에 달합니다.
대구 안계농협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이 다른 지역의 쌀보다 높은 값을 받는다는 점을 이용해 다른 곳에서 사들인 쌀을 안계 쌀로 둔갑시켜 팔았습니다.
이렇게 조작된 안계 쌀은 가마당 만 원 가량 비싸게 팔렸고, 안계농협은 57,000 가마를 유통시켜 5억 6,000만 원을 챙겼습니다.
개인비리 유형도 다양했습니다.
거창 축협 이 모 조합장은 소 값이 폭락했을 당시 축산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세보다 비싸게 소를 수매하라는 정부 시책을 제 잇속 차리는데 이용했습니다.
이 씨는 가구당 2마리로 수매량이 제한돼 있는데도 자기 친척의 한우를 87마리나 수매해 주고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종합해 다음달 3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연보흠입니다.
(이상호, 연보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