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이인용,정혜정

[집중취재] 울릉도 티켓다방 종업원들 빚만 증가[김연석]

입력 | 1999-04-23   수정 | 199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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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울릉도 티켓다방 종업원들 빚만 증가]

● 앵커: 집중취재입니다.

아름다운 섬 울릉도, 하지만 티켓다방 종업원들에겐 감옥 같은 곳입니다.

하루 종일 웃음을 팔아도 빚은 늘어만 가고 울릉도를 빠져나갈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를 단속해야 할 공무원들은 이들의 주 고객입니다.

김연석 기자입니다.

● 기자: 봄기운이 무르익은 동해의 작은 섬 울릉도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울릉도는 만여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활기가 넘치고 근심 한 점 없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32살 김 모 여인에게 울릉도는 다시는 기억하고 싫은 악몽의 땅이 돼버렸습니다.

● 김모 씨(종업원): 한마디로 지옥이었어요, 정신적으로 주인이나 같이 일하는 아가씨나 다른 주민들이나…

● 기자: 한 달 전 김 씨는 이곳 다방으로 왔습니다.

대구 직업소개소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김 씨가 다방에서 한 일은 단순히 차를 배달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 김모 씨(종업원): 12시 영업 끝날 때까지 티켓하면 그 후 매춘, 외박 나가는 것으로 끝난다.

● 기자: 전화를 받고 한 단란주점으로 티켓 영업을 나가는 김 씨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 김모 씨 (종업원): 군청 실장님 어느 방 계세요?

- 실장님 별궁에 계신다.

많이 오셨다.

● 기자: 방문을 여니 10여 명의 취객들 사이로 먼저 도착한 다방 종업원들이 보입니다.

- 노래 한곡하고 맥주 한 잔 해라, 갈 데 있나?

- 없는데요.

- 그러면 맥주 한잔하고…

● 기자: 이처럼 티켓을 끊고 다방 종업원들을 부르는 손님들은 대부분 공무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종업원들에게 외박을 강요했습니다.

더구나 돈도 제대로 주지 않아 종업원들은 어느새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됐습니다.

김 의 메모장에는 공무원들에게 받지 못한 티켓요금 내역이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 김모 씨(종업원): 늦게까지 술 마시다 보면 여관가자고 하고, 티켓비 달라면 내가 왜 주냐며…

● 기자: 한 달 동안 받지 못한 이른바 티켓 비용이 김 씨의 월급을 훨씬 넘었고, 그만큼 빚은 늘어난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섬을 빠져나온다는 것은 꿈조차 꾸지 못했습니다.

김 씨의 유일한 말벗은 이제 19살에 불과한 장모 양 뿐이었습니다.

장 양은 당초 다방에서 차 배달만 하기로 하고 이 울릉도로 들어왔습니다.

장 양은 윤락행위를 강요하는 다방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이내 포기해야 했습니다.

● 장 모양: 뱃머리 표 받는 사람이 얼굴 잘 봐두었다가 날짜 안 돼 나가면 바로 잡아가도록 다방에 연락하라고…

● 기자: 섬 전체가 장양을 옭아매는 무서운 감시망처럼 보였습니다.

수사 기관의 힘을 빌어 볼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경찰도 다방 종업원들의 윤락행위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 경찰관: 여기는 유흥업소가 없습니다.

주점이 돼야 노래도 부르고 아가씨 접대도 받을 수 있지…

● 기자: 울릉도 다방 종업원들은 오늘도 육지를 향해 지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절실한 망향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연석입니다.

(김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