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권재홍,박영선
[카메라출동]건설업체 경리장부 조작 비자금 조성의혹 취재[오상우]
입력 | 1999-06-27 수정 | 199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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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출동][건설 업체 경리 장부 조작 비자금 조성 의혹 취재]
● 앵커: 오늘 '카메라 출동'은 한 중견 건설 업체가 경리 장부를 조작해서 비자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의혹을 취재했습니다.
이 보도를 보시면 건설 회사가 왜 비자금을 가장 만들기 쉬운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오상우 기자의 고발입니다.
● 기자: 경기도 탄현에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
시공사는 중견 건설 업체로 지난해 도급 순위 24위인 삼환기업입니다.
이 회사 장부에는 아파트 공사에 모두 50명의 직원을 고용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지난 6월 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는 박영석 씨.
장부에 적힌 주소를 찾아갔습니다.
● 박영석: 2월 올해 2월, 3월까지 일했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
● 기자: 언제까지 일 하셨어요?
● 박영석: 작년 10월 3일까지 일했다.
● 기자: 같이 근무했다는 이주섭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 이주섭: 삼환에서 작년 5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일하고 그만뒀다.
● 기자: 장부에 적힌 50명 가운데 접촉이 가능한 사람은 모두 11명, 이 11명 가운데 6명은 장부에 적힌 대로 일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장부가 조작된 것입니다.
이 회사의 사주는 실제로 일을 하지도 않은 근로자들의 임금을 허위로 회사 경리 장부에 올려놓고 그 금액만큼 회사 돈을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역시 삼환기업이 맡은 대구 지하철 공사.
장부에 직영 잡부로 올라 있는 이 모 씨는 아예 직업이 다릅니다.
● 이 모 씨 부인: 우리 신랑 나하고 계속 5, 6년 장사했는데… 지금도 하고 있어요.
● 기자: 주소와 직원 이름이 맞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아예 실종된 사람도 버젓이 장부에 올라 있습니다.
이렇게 장부만 조작하면 회사 돈을 착복하기는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습니다.
재벌마다 건설 회사를 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실제로 한보의 정태수 회장과 한양 배종렬 회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 현장관계자: (현장소장이) 배낭을 들고 은행에 올라갔다 배낭을 꽉 채워 내려오셨다.
공항으로 바로 가셨다.
● 기자: 이렇게 서울에 올라온 현찰은 은행을 통해 그대로 회사 지하 주차장으로 배달됩니다.
“현찰은 얼마나 들어갔습니까?”
● 삼환기업 거래 은행 직원: 자루 하나에 1억이니까 많아야 1억 정도
● 기자: 자루 한두 개 정도?
● 삼환기업 거래 은행 직원: 네.
● 기자: 이 은행 직원이 탄 차는 이렇게 현찰을 싣고 지난 3월에만 5차례나 회사 지하 주차장을 드나들었습니다.
10억 가까이 되는 돈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삼환기업 측은 이런 일들이 본사 주도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 삼환기업 이사: 이런 부분적인 것들은 건설 회사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어느 회사나 다 있을 겁니다.
● 기자: 삼환기업이 당시 맡은 공사만 전국에 34개, 지난 2월과 3월 두 달 동안만 16억 원이 넘는 돈이 임금으로 나갔습니다.
● 이용식(삼환 노조위원장): 적어도 50% 이상이 가공으로 처리돼서 월 5억 정도씩 조성된 걸로 안다.
● 기자: 현장에서 장부 조작으로 빼돌린 거액의 현찰은 행방이 묘연하고,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삼환기업 노조는 오늘로 98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카메라 출동'입니다.
(오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