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이인용,김은혜

본드, 시너 작업 근로자 전신경화증 국내 첫 직업병 판결[김종하]

입력 | 1999-09-08   수정 | 199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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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 시너 작업 근로자 전신경화증 국내 첫 직업병 판결]

● 앵커: 톨루엔이 주성분인 본드와 시너를 쓰면서 15년 동안 테니스볼을 만들어온 근로자가 온 몸이 굳어지는 전신경화증이라는 질병에 걸렸는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직업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김종하 기자입니다.

● 기자: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희귀 질병을 앓고 있는 57살의 장 모 씨, 부은 듯한 손은 탄력이 전혀 없고, 손가락은 나무토막처럼 딱딱합니다.

주먹이 쥐어지지도 않습니다.

● 장 모 씨 (환자): 손이 꼬부라지지 않고 말을 안 들으니까, 또 입도 밥을 먹으려면 잘 벌어지지 않으니까…

● 기자: 병명은 전신경화증, 처음에는 피부가 뻣뻣해지고 나중에는 혈관과 심장, 폐까지 나무토막처럼 굳어지는 무서운 질병으로 벤젠이나 톨루엔 같은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때 생겨납니다.

장 씨에게 증세가 나타난 것은 작년 6월로, 이전에는 테니스볼 생산 공장에서 15년 동안 일했습니다.

특히 테니스볼의 표면을 붙이는 일을 하면서 일부 청소년들이 흡입하는 본드와 시너를 썼는데 모두 톨루엔이 주성분입니다.

실제로 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에서도 작업장의 공기 중에는 톨루엔 23ppm이 나왔습니다.

노출허용기준치인 100ppm에는 못 미치지만 과거에는 최고 230ppm까지 노출돼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강성규 박사 (산업관리공단 직업병연구센터): 톨루엔 또는 이런 방향적 유기용제에 의해서 전신경화증이 밝혀진 것은 외국에서는 많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 기자: 테니스볼의 생산은 한때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수위를 다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장의 뒤안길에는 하루 10시간씩 본드 냄새를 맡으면서 일했던 근로자들의 희생이 있었던 것입니다.

MBC뉴스 김종하입니다.

(김종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