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
앵커: 권재홍,박영선
뉴욕 카네기홀. 300만원만 내면 누구나 공연 가능[이우호]
입력 | 1999-12-12 수정 | 199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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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카네기홀. 300만원만 내면 누구나 공연 가능]
● 앵커: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연주했다고 하면 아주 대단한 것처럼 알려져 있고, 그래서 한국의 많은 음악인들이 카네기 홀에서 연주한 것을 자랑처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돈 300만 원만 내면 누구나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할 수가 있습니다.
뉴욕 이우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기자: 토요일 저녁 카네기 홀입니다.
미국에 유학중인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회를 갖는 날, 입장한 관객들은 학교 친구나 친척들 30여 명이 전부입니다.
며칠 뒤 성악을 전공하는 한 대학원생의 콘서트, 200석 규모의 홀에 앉아 있는 관객은 20명 안팎에 불과합니다.
썰렁한 객석도 그렇지만 공연자의 연주 실력도 우리에게 알려진 카네기 홀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카네기 홀 직원을 찾아가 공연을 갖는데 어떤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닌지 물어봤습니다.
● 카네기 홀 직원: 아무나 예약할 수 있다.
전화로도 가능하다.
뉴욕시 소유이므로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 기자: 카네기 홀측은 한국 음악인들이 자신의 경력을 과시하기 위해 카네기 홀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 카네기 홀 직원: 경력을 쌓거나 자기만족을 위해 여기서 공연하려 한다.
● 기자: 방학 때가 되면 한국에서 원정 온 음대생들까지 합쳐져서 카네기 홀에는 날마다 한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연주 자체보다는 카네기 홀 공연을 증명하는 사진 찍기에 골몰합니다.
● 미국 모 음대 대학원생: 부모님이 돈을 대서 가족들 다 오셔 가지고 비디오 찍고…
● 미국 모 음대 대학원생: 그렇게 포장하는 것이 인정을 받는 나름대로의 지름길이죠.
● 기자: 카네기 홀의 재정에 한국 음악인들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카네기 홀 직원의 얘기가 따갑게 들렸습니다.
내실보다는 겉치레를 중시하는 우리 음악계의 일그러진 모습을 카네기 홀은 비웃고 있는지 모릅니다.
뉴욕에서 MBC뉴스 이우호입니다.
(이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