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권재홍,김주하

학교 급식 끊어져 끼니 거르는 아이들[김대경]

입력 | 2001-01-01   수정 | 200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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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이네 겨울밤]

● 앵커: 방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설이 되면 세뱃돈을 받고 또 백화점 장난 감 가게를 기웃거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방학을 맞아서 학교 급식을 받지 못해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김대경 기자가 만났습니다.

● 기자: 2000년의 마지막 밤, 11살 옥선이 네 집을 찾았습니다.

비좁은 두 평짜리 쪽방에 배고픈 세 자매가 아픈 병아리처럼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습니다.

아궁이가 없는 냉방에서 서로의 몸을 부벼가며 긴 겨울밤을 견뎌냅니다.

● 정진선(10살): 몇 시 정도에 추워, 가장? 11시, 12시요.

그럼 그때 어떻게 해, 추울 때는? 이불 푹 둘러써요, 그럼 따뜻해요.

● 기자: 칭얼대는 두 살배기 진영이를 달래기 위해 열어 본 2000원짜리 구청 도시락.

식당에서 밤늦게 돌아오는 엄마를 위해 절반을 떼어둡니다.

● 정옥선(11살): 이사 갔으면 좋겠어요.

어디로? 멀리…

● 기자: 울음을 꾹 참고 웬만한 어려움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말을 아끼는 아이들.

쓸쓸히 웃는 눈길이 안쓰럽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서울 구로구의 푸른교실.

식판에 밥과 밑반찬을 욕심껏 담은 아이들은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밥을 밀어 넣기 바쁩니다.

● 김모군(11살):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요.

저녁을 안 먹거든요.

● 기자: 학교 급식마저 끊어진 겨울방학, 이번 겨울 하루 한 끼 이상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은 전국에 16만 명이나 됩니다.

(김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