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권재홍,김주하

두 군데서 열린 초등학교 입학식[박상규]

입력 | 2001-03-05   수정 | 200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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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해 못보낸다” ]

● 앵커: 한 초등학교 입학식이 같은 날 두 군데에서 열렸습니다.

한 곳은 학교고 또 다른 한 곳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입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박상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생전 처음으로 오늘 학교에 가게 된 꼬마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교가 아닌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몰렸습니다.

학교 대신 관리사무소에서 입학식을 치른 부산의 해림초등학교 신입생 80여 명으로 동부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입니다.

이 희한한 입학식은 이 아파트 엄마들이 마련해 치러졌습니다.

● 학부모: 학교 가려고 꿈에 부풀었는데 여기서 입학식 하니까 눈물이 난다

● 기자: 그래서 해림초등학교에서는 신입생 절반만이 참석한 가운데 입학식이 열렸습니다.

지난 2일 개교 첫날부터 빚어진 어린학생들의 집단 등교거부 사태가 신입생 입학식으로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이런 배경은 위험한 통학로 때문입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학교에 가려면 차량이 질주하는 50m 대로를 지나 다시 철길 위의 육교를 건너야 합니다.

학부모들은 아파트 인근의 다른 학교로 이 학생들이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학구조정을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입학식 거부에 당황한 교육당국은 부산시와 육교 설치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학구조정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 부산시 교육청 관계자: 소수 학부모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면 다수 학부모가 희생되기 때문에(학구조정은)불가능하다.

● 기자: 어린이들의 교통사고 위험을 생각하지 않는 행정당국

여기에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어린이들을 잡아놓은 학부모들 때문에 평생 추억이 될 입학식은 그만 일그러지고 말았습니다.

MBC 뉴스 박상규입니다.

(박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