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권재홍,김주하

70억 들여 만든 지하철역 자전거 보관소, 폐자전차장 돼[최형문]

입력 | 2001-04-09   수정 | 200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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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돈 쓴 보관소 ]

● 앵커: 서울시는 시민들이 보다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몇 년 전부터 지하철역 부근에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해 왔습니다.

그런데 거액의 예산을 들여서 만든 이 보관소는 보관소가 아닌 자전거를 버리고 가는 폐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최형문 기자입니다.

● 기자: 서울 한성대입구 지하철역입니다.

입구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에는 30대 가량의 자전거가 서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탈 수 있는 자전거는 겨우 서너 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버린 지 몇 달이 지난 듯 대부분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습니다.

타이어도 펑크가 났거나 아예 바퀴만 남아 있는 것도 있습니다.

● 주변 상인: 처음부터 그래요.

● 기자: 처음부터요?

● 주변 상인: 여기 보관소 설치 돼 있을 때부터 애들이 여기다 갖다 놓고 묶어놓고 안 타고 그러니까…

● 기자: 다른 역 주변의 자전거 보관소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 관할구청: 자치구의 담당 한 사람이 그 업무 이외에 다른 업무까지 중복해 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서비스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 기자: 자전거 보관소가 폐차장으로 변한 데는 자전거 전용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탓도 큽니다.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서 자전거를 보관하자는 취지지만 자전거로 여기까지 오기가 수월치 않은 것이 우리 자전거 전용도로의 현실입니다.

● 인터뷰: 자전거 전용도가 있으면 저희가 차도나 위험하게끔 나가지 않으니까 그게 좀 편한 것 같아요.

● 기자: 이러다 보니 출근길 승객들을 지하철로 유도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큰돈을 들인 자전거 보관소도 쓸모없게 됐습니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3만여 대의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보관소를 만들기 위해 70억 원이 넘는 들였습니다.

MBC뉴스 최형문입니다.

(최형문 기자)